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르면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기간 또는 모스크바에서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말 20명의 대표단을 꾸려 평양에서 열차 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냈고, 이들은 현지에서 항공편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대표단에는 경호 업무 담당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의 방러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정은은 2019년 4월 전용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과 첫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이번에 두 번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러 간 무기 거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에게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러의 군사 밀착은 양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도 없는 소모전 양상을 띠면서 러시아는 당장 전쟁 수행에 필요한 탄약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첫 군사 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2차 발사 시험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런 시기에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은 우주강국인 러시아에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주는 대가로 위성 등 항공 우주 관련 첨단기술 이전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러의 무기 거래가 단순히 거래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북러가 공개적으로 전면적인 군사협력에 나선다면, 이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합의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깨트리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의 대북제재 틀이 허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한반도를 에워싼 한미일과 북중러의 군사 대립 구도가 공고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2일 관영 언론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을 포함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중러가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과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은 국제사회에 북핵을 용인하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한반도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만큼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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