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안강읍 사방리는 마을 앞으로 형산강이 흐르고 뒤로는 칠보산이 우뚝 솟아 있어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길지로 알려져 있다. 안강읍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사방리는 과거 검단 약수탕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볐던 교통의 요충지이면서 경주시내로 다가가기 위한 길목이었다. 현재 225세대 405명의 주민이 살아가고 있지만 검단 약수터가 한참 성업이었던 1970~1980년대에는 지금보다 서너 배나 많은 주민이 살던 큰 마을이었다. 사방리는 형산강에서 범람하는 홍수를 막는다는 뜻에서 사방이라 불렸다가 그 후 선비들이 많이 살았다고 사방리(士方里)라고 불렀다고 한다. 주민들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침 무렵에는 사방역에서 경주로 가는 7시 10분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모여드는 통학생들 약 200명 정도가 검은색 교복을 입고 모여들어 장관을 이뤘다고 기억했다. 사방리는 물론 검단리의 학생들이 그 정도로 많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동해남부선이 사라지면서 사방역도 흔적만 쓸쓸하게 남아 있다. 사방리 주민의 90%는 아직 농사를 짓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벼농사에 의존했지만 30년 전부터 토마토를 시작으로 멜론, 샤인머스캣, 딸기 등 시설작물로 전환했다. 멜론은 10여년 전부터 샤인머스캣은 3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농가소득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가을이 되면 사방리의 농가 중 4가구가 배추농사를 짓는다. 사방리의 배추는 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는다. 알이 꽉 차고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어 사방에서 출하된 배추라면 대부분의 상인들이 반긴다. 그 중 정정지(80)씨는 한꺼번에 500~600포기 정도를 생산한다. 정씨는 “평생을 배추농사를 지어 누구보다도 배추의 생육 특성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식처럼 정성을 들여 키우고 수확하기 때문에 시장에 내놓을 때 품질에 자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가구는 7가구며 모두 100여 마리의 한우를 기르고 있다. 인근 검단 1~2리와 연계된 축산단지는 40여명 정도의 회원을 가진 축산발전협의회에 소속돼 있다. 여기서 길러진 한우는 경주의 한우 브랜드인 천년한우로 소비된다. 일제강점기에는 사방리에 기와공장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도 집을 지으려 땅을 고르다 보면 기와조각이 많이 출토된다. 지금은 인근으로 모두 옮겨가 기와공장은 없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사방리의 가구수는 196가구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유일한 학교였던 사방초등학교는 폐교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귀농·귀촌 인구가 하나둘 모여들었다. 5년동안 약 20가구 정도가 사방리로 유입됐다. 원예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귀농하는 도시인과 노령으로 접어든 부모의 축산업을 물려받기 위해 귀향한 젊은이들이 사방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방리의 인구가 하나둘 늘어나는 이유는 바로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과 사방초등학교라는 전통 있는 학교의 교육환경이 우수하다는 입소문이 교육을 위해 찾아드는 젊은 인구가 늘어나는 점 등이다. 여기에 마을이 현산강을 앞에 두고 경관이 빼어난 칠보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듯한 남향이어서 늘 따뜻한 ‘양지마을’이라는 점이 귀촌생활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경주 시내까지 약 14㎞ 정도의 거리에 있어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하면 불과 20분 안에 시내에 닿을 수 있다. 또 안강읍까지는 8㎞ 정도로 인접해 필요에 따라 안강읍과 경주시내를 오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방리 주민들은 ‘시장은 안강, 병원은 경주’이라고 말할 정도로 목적에 따라 인근 도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자랑하고 있다. 이원길(66) 이장은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방리가 고령화 사회의 전형적인 마을이었지만 현재는 젊은 농업인 후계자들이 대거 이주하고 있어 점차 젊어지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며 “전원주택을 지을 좋은 터와 텃밭, 농가주택의 여건이 좋아 귀농·귀촌인들이 정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사방리에는 3곳의 공장이 입주해 있다. 이 공장들은 입주를 하면서 마을 주민들을 우선으로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해 일자리창출에 기여했다. 또 2007년 검단리에 선리지골프클럽이 들어서면서 그때까지 지하수로 식수를 사용하던 사방리에 광역상수도를 개설해 줬다.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북경주행정복지센터 공재경 총무과장은 “사방리는 안강읍에서도 전원생활과 귀농·귀촌생활을 하기에 가장 평화로운 마을”이라며 “주민들이 더욱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적극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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