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대항면 향천리는 문화와 역사가 뿌리 깊은 지역이며 자연경관도 수려한 고장이다. 447세대 826명의 주민이 살아가고 있는 향천리는 인근에 신라고찰 직지사와 사명대사공원이 있어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들고 황악산의 품안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마을이다. 향천리의 주민 80% 정도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샤인머스캣을 제배하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샤인머스켓은 약 15년 전 국내에 도입돼 김천에서 가장 먼저 재배하기 시작했다. 김천은 샤인머스캣 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연간 일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김천에서 재배된 샤인머스캣은 전국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재배지역이 넓게 퍼져 나갔지만 김천에서 생산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천의 샤인머스캣은 망고향이 다른 지역의 것보다 진하고 당도 15.5 브릭스 이상만 출하하고 있다. 그래서 전국의 품평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농가소득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다. 주민들은 “포도 때문에 살게됐다”고 말하고 있다. 샤인머스캣을 재배할 초창기에는 2㎏ 1박스에 9만원 정도의 시새를 가졌고 지금도 일찍 수확할 경우에는 1박스에 1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 향천리의 대농가에서는 연간 10억원 정도의 샤인머스캣을 출하하기도 한다.향천리의 인구는 1970년대 약 1500명 정도였다. 하지만 차츰차츰 줄어들다가 최근 5~10년 사이 다시 늘어나는 특별한 현상이 생겼다. 다른 농촌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그것은 최근 100세대 정도의 다세대주택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인구도 덩달아 150명 정도 늘어났다. 여기에 직지사와 가까운 관고아지라는 점에서 귀촌인구가 늘어난 것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향천리의 깊은 곳에 ‘황녀의 마을’ 있다. 소설가 유주현의 ‘황녀’에 의해서 알려진 곳이다. 고종황제의 딸로 알려진 문용옹주의 어머니 염상궁은 고종의 은총을 입은 죄로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난다. 당시 궁중의 실세였던 영친왕의 생모 귀빈엄씨 때문이었다. 문용옹주는 왕실이 주선한 양부모와 함께 김천 방앗골에 숨어 살게 된다. 하지만 양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탐욕적인 유모는 문용옹주의 몫인 재산까지 팔아 도망친다. 문용옹주는 보리개떡으로 연명하며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거지로 살아간다. 이때 궁중에서 임상궁이라는 여인이 나타나 서울로 상경해 공주의 신분이 밝혀지고 궁중예법을 익히게 된다. 그후 옹주는 신문학을 배우고 김옥균의 후손인 김희진과 결혼한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였다. 1919년 남편이 돌연사하고 이듬해 아들마저도 폐렴으로 잃게 된다. 그리고 6.25전쟁이 터지고 다시 그녀는 사상범으로 몰려 10여년 옥살이 끝에 1970년 출옥해 전주시 경기전에서 1987년 생을 마감했다. 이 시기에 박정희 대통령은 종친들의 증언에 의해 황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호적을 복원시켜 문용은 황녀가 된다. 문용옹주가 살았던 방앗골에 ‘황녀의 마을이 생겼다. 향천리에서 김천시내까지는 약 12㎞ 정도 떨어져 있다. 과거 도로사정이 좋지 않았을 때 시내 김천고등학교까지 걸어서 3시간 정도 통학했다는 주민들도 있다. 고속도로 IC는 약 28㎞ 정도 떨어져 있어 교통이 그렇게 편리한 지역은 아니다.김천시는 1949년 대구시, 포항시와 함께 시로 승격됐다. 그러나 현재는 이 두 도시에 비해 가장 낙후된 도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김천의 평화시장이 전국 5대 시장으로 손꼽힐 정도로 번화했다고 하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날을 기다리는 주민들의 염원을 이해할만하다. 향천리와 바로 맞닿아 있는 운서리에는 신라고찰 직지사가 있다. 김천의 가장 유서깊은 문화역사 유적이다. 직지사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아도가 창건한 사찰이다. 사명대사와 직지사는 매우 깊은 인연이 있다. 30세에 직지사 주지가 된 사명대사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승군을 조직해 큰 공을 세웠다. 이같은 사명대가의 공로로 인해 직지사는 조선시대 8대 가람으로 위상이 격상됐다. 그래서 생겨난 명소가 사명대사 공원이다. 직지사와 맞닿은 곳에 있는 이 공원은 2020년 준공됐다. 사명대사 공원은 한복 입기, 다도 체험, 숙박, 전동 관람차 등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원이며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향천1리 김경수(74) 면장은 “김천을 대표하는 관광 자원인 직지사와 사명대사 공원이 있지만 아직 주민들은 그 혜택을 크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위락단지를 더욱 활성화해 머물다가 가는 관광지로 만들어 주민들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사명대사 공원은 가족이 방문하기 좋은 곳이지만 어린이들이 즐길 시설이 전혀 없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최정숙 대항면장은 “향천리에 굳건한 기상으로 서 있는 문인송처럼 주민들이 곧고 부지런한 심성을 가졌다”며 “향천리 주민들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김천시는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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