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살리기의 기본전제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중앙권한의 공간적 이동이 시작된 것 같다. 따라서 지방 살리기를 위한 본질적 처방은 자율적인 지방자치권 행사 보장이다. 자치권에 대한 중앙의 부당한 개입 근거부터 없애고, 권한과 책임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중앙권한의 지방 이양은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권역별 맞춤형 기업유치·일자리·의료·교육문화·여가 활용 여건의 개선 사무에 우선해야 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그동안 사업 성과와 실패 요인을 근거로 개선과 보완에 중점을 두되 2차 사업 추진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역대 정부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수도권 과대·과밀 억제와 소멸 위기의 지방 살리기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지역 균형발전에 역점을 두고 지방자치 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수도권은 과밀로 터지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있다. 증가추세에 있는 수도권 서울·인천·경기 인구는 2019년 9월 기준 전국 인구 5170만 9000명의 50%를 사상 처음 돌파했다. 반면 지방은 인구 유출과 저출산·고령화로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018년에 나온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는 앞으로 30년 안에 시·군·구와 읍·면·동의 40% 소멸을 예고한 상태다. 역대 정부의 지방 살리기 노력은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근본 원인은 권한의 중앙정부 집중에 있다. 수도권에는 인재·재원·정보·첨단기술·주요기업 등 중추 관리기능의 80%가 몰려 있다. 수도권은 지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결국 지방 살리기의 핵심 과제는 지방자치·분권이다. 지방이 잘하는 중앙권한은 지방에 이양해 지방정부가 특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지방발전을 주도하게 해줘야 한다. 그동안 중앙 권한을 지속해서 지방에 이양해 왔지만, 자치권은 아직도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중앙의 음성적 간섭과 통제가 살아 있고, 제도적으로도 기관 위임사무와 공동사무 등은 권한과 책임 한계가 모호해 지방의 중앙 의존과 책임 전가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9월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은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뼈아픈 사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1차 사업은 153개 공공기관의 이전을 완료했다. 산업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강제 이전도 있다. 정착 단계를 거치면서 지방세수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가 높아졌으나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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