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중진 하태경 의원이 내년 총선에 수도권 험지에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은 부산 해운대갑 3선 의원이다. 험지란 선거에서 보수가 이겨본 적이 없는 선거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험지 고민은 진보도 마찬가지다. 오만하면 험지로 돌변한다.   하 의원의 험지 출마 선언으로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 현역의원들이 험지에 출마토록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험지에 출마 권유를 받았거나 희망했다고 해서 겁낼 필요는 없다. 오만하지 않고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정당에는 험지가 있을 수 없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에는 자고 나면 험지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번 보궐선거가 미니총선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렇지 않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패자는 요인을 찾아내 대비하면 된다. 승자도 이겼다고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오만하면 총선에서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보궐선거 승리 직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 정부가 오만과 무능 때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수 의석을 무기로 법안 처리 등을 강행하다 미운털이 박혀 정권을 내준 과거와 결별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오만한 권력을 심판하는 민심은 여와 야를 가리지 않는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권력을 쥐었다고 고개를 쳐들면 다음 선거에서 본때를 보이는 게 민심이다. 정치인들은 자주 망각해도 산업화와 민주화 여정을 지나온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권력을 잠시 맡겨둔 국민들을 무서운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상대로 17.15%포인트 차이로 압승한 것은 여권으로선 예상 밖 참패였겠지만 보궐선거를 하게 된 원인 제공자를 재공천한 당 지도부가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행태에 대한 반감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실책은 한국 유권자의 역린을 간과한 데에서 비롯됐다. 역대 선거에서 승부를 가른 요건은 다양했겠지만, 오만함을 보인 정치 세력은 대부분 표로 응징받았다.   국민의힘이 이번에 김 후보를 공천한 것 자체가 반면교사를 잊은 사례다. 민주당 시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단체장들의 성추행 의혹 사건 때문에 치른 선거였다. 무리하게 후보를 냈던 결과 참패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수도권 민심을 실감하고도 영남권 인사를 중요 당직에 배치했다. 당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3인방이 영남권이 차지했다. 당 지도부는 하 의원이 험지 출마 배경을 무시하고 험지를 생산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