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감포읍 연동마을은 동해 깊은 바다 갯바위에서 자라난 자연산 돌미역과 해삼 등의 특산물로 유명하다. 이곳 연동마을은 감포읍 오류4리로, 감포항에서 북쪽으로 약 5㎞ 지점에 위치해있으며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자연이 낳고 사람이 거둬 더 건강한 ‘연동 돌미역’을 채취하는 것은 물론, 전량 수매해 판로를 책임지고 있는 해녀 이정숙(53) 씨를 감포 해녀들의 이야기가 담긴 ‘연동사랑방’에서 만났다.   연동이 고향인 그는 이곳에서 20년간 나잠어업(裸潛漁業, 해녀들이 특별한 산소호흡 장치없이 바다에 잠수해 해산물을 캐내는 어업)을 해 온 해녀로 오류1리~4리, 감포1리~5리, 전촌, 대본, 나정에 이르는 감포읍 150여 명 해녀들 중 가장 젊다.   집 앞 1km 거리의 바다에서 마을 해녀들과 물질을 하는 그녀는 연동의 12명 해녀 중 최연소 해녀지만 작업에서만큼은 고수다. 베테랑 해녀인 어머니(김순자, 75)의 뒤를 이어 2대째 해녀 일을 잇는 그에겐 최근 딸 정지윤씨가 해녀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맡으면서 `3대 해녀 집안`이라는 이름을 얻고 있다.   연동마을 대표 특산물인 ‘돌미역’은 말 그대로 돌에 붙어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미역을 이른다. 바닷속 거친 파도와 물 흐름이 센 갯바위에서 단련돼 잎이 적고 줄기가 센 편이며 육질이 단단해져 쫄깃쫄깃한 식감과 깊은 맛을 선사한다. 반면, 바다에 줄을 쳐서 키우는 양식 미역은 파도에 덜 휩쓸려 잎이 많고 연하며 부드러운 편이다. 그래서 먼바다에서 채취한 갯바위 미역은 가격도 2배 정도로 비싸다.   돌미역 생산을 위해 11월부턴 미역바위(돌)를 청소(기세 작업)한다. 미역포자를 안착시키기 위해 육지의 밭을 매듯이 갯바위 청소, 즉 갯바위에 붙은 풀이나 홍합, 굴 딱지 등을 매줘야 한다. “그러면 바다에 떠다니던 미역 포자가 11월~12월께 자연적으로 와서 붙어요. 포자가 착상하면 그때부터 3~4개월 동안 자라 4월~5월께 미역을 채취하죠”   이 씨는 “갯바위 청소를 해서 미역을 채취하는 지역은 경북밖에 없대요. 이 기세 작업은 품질과 가격에도 많은 영향을 줘요. 방치한 돌에 달리는 미역보다 작업을 한 돌에 달린 품질 좋은 미역은 분리해서 판매”한다고 말하면서 버려지는 ‘하’품 미역을 동물 사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저흰 연동 관할 내 바다에서 일하는데, 미역을 채취할 수 있는 미역돌 하나에 큰 중각으로 예전엔 30단씩 수확하던 것에 비해 지금은 거의 5~6단 정도로, 채 10단도 수확하지 못하죠. 아마 해양 오염과 함께 어획량이 줄어든 것 같아요”   이 씨는 ‘4년 전만해도 혼자서 50단 정도(생미역 10kg 말려야 한 단)를 수확할 정도로 미역이 많이 났다’고 했다. 당시는 다른 해녀도 수확은 많았으나 판로가 막혀 고전하다가, 딸의 권유로 플리마켓 등에 참여해 소포장으로 선보이는 등의 시도 끝에 지금은 판로는 확장돼 걱정이 줄었다. 그런데 지난해 경우 예년과 똑같이 기세 작업을 했음에도 미역이 덜 달려 채취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연동 미역은 제가 전량 수매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올해 수확한 미역은 거의 다 팔렸고 지난해에 비해 판매가 원활한 편이었죠” 연동 미역 수입원인 미역바위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바닷속 바위는 어촌계 소속으로 한 가구당 하나씩, 각각의 ‘임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큰 바위, 작은 바위가 있어 예전에는 ‘뽑기’로 정해 이러저러한 잡음을 없앴다고 한다.   이 씨는 “저는 지금까지도 엄마가 물려주신 ‘큰 돌’을 관리하면서 집안 어른이 못하시는 돌도 맡고 있어서, 다른 해녀는 일주일 돌을 매면 끝나는데 저는 한 달 꼬박 돌을 매야해요. 노는 돌도 매면 그 돌을 맨 해녀가 채취할 수 있어요”라며 억척스런 미역 농사꾼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바닷속 환경이 변하고 있어요. 미역이 달리는 시기에 안 달리고 5월 이후 날이 더워졌는데 미역이 달리는데, 그런 미역은 힘이 없고 흐물흐믈해서 쓸 수가 없어요”라며 바닷속 환경 오염을 우려했다.   “우리 해녀의 수입은 전체 해산물의 80%가 미역이 차지합니다. 미역 수확량이 줄어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죠. 그래도 매년 돌을 맬 때마다 ‘내년에 많이 달리겠지’ 기대하며 일해요”   연동 미역으로 이곳 주민들이 가장 자주 해먹는 요리는 성게미역국으로 이 외에도 미역냉국, 전복미역국, 가자미미역국, 홍합미역국, 미역초무침 등으로 다양하게 미역 요리를 즐긴다고 한다.   한편 이 씨가 2021년 문을 연 ‘연동사랑방’ 운영을 돕고 있는 딸 지윤씨는 가장 든든한 동행자며 조력자로 해녀인 엄마 정숙씨의 행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팔지 못하고 집에 쌓아둔 미역도 상품화해 팔 수 있는 루트를 개발하면서 연동 해녀들의 판매 소득도 높여주고 있다. 또 감포 해녀를 모토로 하는 굿즈 제작과 다양한 판로 개척 등을 진행 중이다.   경상북도 해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경주지소 창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친목단체 성격의 감포읍해녀협회를 아울러, 정식으로 경주해녀협회로 조직해 등록하려는 것이다.    2021년 ‘경북해녀데이’ 경북도지사 표창을 수상하기도 한 이 씨는 “해녀를 희망하는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해녀 문화를 활성화하고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아 감포를 더욱 풍부한 문화자산을 가진 고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녀 이정숙 씨의 돌미역 구입은 ‘연동 사랑방(경주시 감포읍 연동길 31-1, 전화 054-775-9827)`으로 하면 된다.   ※ 이 콘텐츠는 (주)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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