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보궐선거 이후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이 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당 쇄신은 김기현 대표가 선거 이튿날 당의 쇄신 기구를 만들겠다고 말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당이 혁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 터여서 과연 누가 위원장 자리를 맡을지 관심이 집중됐었다. 김기현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요한 교수의 인선을 발표하면서 “인 교수는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대해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분”이라고 소개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19세기 미국에서 건너온 선교사 유진 벨 씨의 증손자며 2012년 대한민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귀화 1호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다. 인 교수 가문은 4대째 대를 이어 한국에서 교육 및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호남(전남 순천) 출신이라는 지역적 상징성도 가졌다. 당에서는 인 위원장의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 모두 변화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절박한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며 “옷만 바꿔 입는 환복 쇄신이 아니라, 민심과 괴리된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는 것에 모두 동참해 진정한 쇄신과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이라고 말했다. 또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어록을 거론하며 “많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많은 사람이 내려와서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는 인 위원장이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 정치 개혁 등 여러 방면에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혁신의 전권을 위임받아 국민의힘의 낡은 인식을 청산하고 정치가 실종된 여야 전체에 새로운 물꼬를 틔워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만약 이번 인 위원장의 혁신위가 내놓은 쇄신 방안을 여당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 대한 희망은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인선을 발표하는 당 지도부의 입장은 매우 전위적이지만 과연 앞으로도 당내에서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고 독립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보장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혁신위 의견이 매우 진취적이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의견일 경우에는 가감없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당 지도부의 태도도 문제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혁신에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간섭하지 않느냐도 관건이다. 만약 그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의 혁신은 멀고 먼 과제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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