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와룡면은 시내 북쪽에 맞닿아 있고 안동시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천하를 호령하고 돌아온 용이 편히 누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라는 와룡산을 품은 와룡면은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웰빙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와룡면의 중심 마을인 가구리는 와룡산과 진봉산의 가운데 계곡에 넓게 자리잡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가구리는 269세대 55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들 가운데 80% 이상은 복합영농을 하면서 살아가는 농민들이다. 주로 생산하는 작물은 콩, 고추, 사과, 벼, 그리고 고구마 등이다. 그 가운데 가구리의 고구마는 ‘와룡 속깊은 고구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전국에서 최고 등급의 고구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축산농가도 8개 농가가 있어 한우 5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 16년 전부터 브랜드화 된 ‘와룡 속깊은 고구마’는 가구리에서 오룡면 전체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가구리의 26개 농가가 고구마 재배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고구마 모종을 길러서 판매하는 일까지 함께 하고 있다. 가구리의 토질은 사토가 많아 고구마 재배에 적합하고 이 땅에서 자란 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분질이 좋을뿐만 아니라 모양도 예뻐서 전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가구리의 농가에서 생산하는 고구마는 65%를 와룡농협에서 수매한다. 나머지는 개인이 직판을 하거나 전국에 택배로 판매한다. ‘와룡 속깊은 고구마’는 10㎏ 1상자에 평균 2만5000원 정도에 거래된다. 고구마 모종은 와룡면에서 유일하게 가구리에서만 기른다. 모종은 100포기를 1단으로 묶어서 안동 신시장에 내다 팔며 1단에 평균 8500원에 거래된다. 가구리의 입구에 문화마을이 있다. 문화마을은 농림부가 농촌 생활환경과 소득이 조화돼 사람이 머물고 모여드는 생활권 중심을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1998년부터 이 마을이 조성됐으니 지금은 이 마을이 만들어진지 25년이 넘었다. 경북에서는 김천의 어모, 영주의 이산, 의성의 봉양, 예천의 감천 등에서 문화마을 조성사업이 이뤄졌으나 가장 완결성을 갖춘 곳은 가구리의 문화마을이다. 기존 마을의 도로·통신·환경 등 시설을 보강하고 주택·환경을 정비한 이 마을은 드문드문 자연마을이 형성된 농촌마을과 달리 70여 가구가 밀집돼 있어 와룡리의 중심마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마을에는 조성되기 전에 그곳에 살던 주민들과 귀촌인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50가구 정도가 안동 시내에 직장을 두고 출퇴근하거나 은퇴 후 귀촌한 주민들이 살아간다. 문화마을뿐만 아니라 가구리에는 약 20년 전부터 귀촌인들이 하나둘 좋은 환경을 찾아 정착하기 시작했다. 가구리에서 안동 시내까지는 약 9㎞정도에 불과해 시내버스를 타고도 20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 접근성이 매우 좋은 마을이다. 게다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양지바른 집터나 농사를 지을 터가 넉넉하게 남아 있어 귀농귀촌을 위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가구리 주민은 “부자가 될 터가 아직 많다”고 말했다.50~60년 전 가구리에는 3000명 이상의 주민이 살았다고 한다. 마을의 원로는 당시 논농사를 짓고 조나 수수를 재배하면서 어려운 살림을 살았지만 넉넉한 인심과 평온한 자연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가구리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고 나서부터 농가소득은 높아졌다. 지금은 대형 비닐하우스를 짓고 고구마 농사를 하는 부농들이 수두룩하다. 가구리의 삼정산 자락에는 유하사라는 비구니 스님의 수행도량이 있다. 안동의 사찰 대부분이 신라시대에 지어진 사찰이 많지만 이 절은 1897년 월선보살이 법당을 짓고 창건했으니 창건한지 126년에 불과하다. 이 절은 와룡산에 누운 용이 승천할 수 있도록 용이 활동하기 좋은 여름(夏)을 이름에 넣어 편액을 걸었다. 유하사는 가구리 주민들과 매우 밀접한 사연을 담고 있다. 와룡초등학교가 개교하기 전에 학교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90세 이상의 원로들은 유하사에서 공부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가구리는 충주지씨 집성촌이기도 하다. 가구2리에는 117가구 중에 95가구가 청주지씨들이 살아가고 있다. 600년 전 지선이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청주지씨의 가계는 이어졌다. 가구2리로 접어드는 큰길가에 있는 우송정은 자선의 부친인 지정을 모신 사당이다. 지정은 경상도 선위관에 차출돼 왜구의 침입으로 소란스러운 경상도 민심을 무마시키는 등의 공을 세우고 38세에 충청도병마절도사에 제수돼 부임을 기다리던 중 계유정란이 일어나 수양대군에게 “안평대군과 반역을 도모했다”는 누명을 쓰고 전라도 영암에 유배됐다. 지정의 아들인 지선은 난리를 피해 가구리에 새로운 터를 잡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안동 시내에서 가구리로 접어드는 길목에 자웅석 테마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와야천을 사이에 두고 남근석과 치마바위가 마주보고 있다. 옛날 아들이 없어 늘 걱정이 있던 어느 부잣집에서 지나가던 도인이 이 바위에 치성을 드리면 옥동자를 얻을 수 있다고 하자 이 집의 며느리가 바위에 기도를 드려 아들을 낳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자웅석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거석문화의 하나로 전통을 존중하는 안동의 중요한 문화자원이다. 지명숙(68) 가구2리 이장은 “가구리는 안동 시내와 가까워 귀농 귀촌하기에 매우 적합한 마을”이라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뤄 발전하고 있는 가구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정착해 안동의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권영백 와룡면장은 “가구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지만 수려한 경관과 뿌리 깊은 문화로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마을”이라며 “주민들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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