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 심중의 바람이 영혼을 깨우면, 그 바람을 따라 화구를 챙겨 조용히 눈을 감고 길을 떠난다”60년 넘는 화력으로 광폭의 조형 세계를 소요하는 대작가 임천(林泉) 최복은 화백(87). 최복은 화백의 삶은 자체가 ‘바람’이었다. 세계를 누비며 그들이 주는 울림과 진동을 스케치하며 종횡무진 몰아쳤던 그 바람은 세계를 관통했고 대한민국 독도로도 향했다. 이제, 바람의 연륜은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염원에 닿아 더욱 깊어졌고 확장됐다.최복은 화백의 특별전 ‘세계를 스케치하다’가 경주문화관 1918(구 경주역)에서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기원하는 지역원로작가 특별전으로 원로작가와 경주시민과의 소통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초대전은 그의 화력에 정점을 찍는 전시다. 아흔을 지척에 둔 노대가의 전 생애에 걸친 각고의 노력을 모두 담기에는 전시 규모가 턱없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대작가로서의 풍모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최 화백은 강한 독도 수호 의지를 담은 독도전을 비롯, 전방위적 화목(畵目)으로 인물화, 화조, 영모, 산수, 불상 등 구상은 물론, 비구상까지 혼연일체가 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화가다. 선생의 작품은 주저함 없이 활달하고 경쾌하며 속도감이 넘친다. 1000호 크기의 독도 풍경 몇 점에선, 화면 공간을 장악하는 웅혼한 기상을 품은 바위섬과 거친 파도가 어우러진 장면은 시각적 감동으로 전해지는 압도적 장관을 연출한다. 출중한 형사(形寫)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스케치 또는 캐리커처로 진행되는 현장감 넘치는 인물화에선, 능수능란한 필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 필선이 아닌 명도와 채도 차이를 통해 서양화적인 공간감을 표현해 동서양의 회화기법에 장르 간 경계마저 허문다. 또 합존법이라는 현대적인 조형법을 구사하기고도 하고 황토를 재료로 하는 작품을 통해선 향토색 짙은 정서를 풍긴다. 전시와 더불어 최근 화백의 작품세계를 가까이 두고 감상할 수 있는 ‘대한민국 독도 특집 기념전 제5화집’ 발간도 함께해 전시는 더욱 풍성해졌다. 화집에는 지금까지의 작품과 함께 작업 당시의 작가노트도 곁들여져 노화가의 진솔한 소회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선생은 한국미술협회 고문으로서, 부드럽고 생동감 넘치는 화필로 자연풍경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구도 변화를 전개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최 화백은 국내외 유명 인사들을 그린 작품뿐만 아니라 터키 정부 초청으로 터키에서 1개월여 머물며 미술관과 유명 관광지, 사람과 풍경을 화폭에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터키 이외에도 세계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인물과 이국적 풍경이 어우러지는 화첩 여행기, 즉 다큐멘트 형식의 수묵담채 30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며 관람자를 압도한다. ‘가방 속에 한가득 스케치북을 담아와 마치 전투에 임하는 사람처럼 그 도시의 일거수일투족을 현장에서 스케치로 담았다’는 선생은 전 지구의 다양한 풍정(風情)을 현장감 넘치는 필치로 운용한 것이다. 특히 선생은 ‘헬기를 타거나 전함을 타고 때로는 오징어 배를 타고’ 독도를 그리면서 민족의 애환이 담긴 슬픈 모습으로, 때로는 세계 속의 당당한 모습으로 화폭에 옮기며 녹록지 않은 독도의 풍경을 담아냈다.
우리 땅을 보호하기 위해 독도를 그림으로 담아낸 것은 물론, 영혼에 부는 바람을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키며 ‘바람의 화가’로서 명성을 다져온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다.그러면서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중국 등 40여 곳 국가를 여행하며 그린 수많은 작품들은 그의 화력을 빛내며 예술적 역량을 드러낸다. 선생은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사물을 발견하면, 주로 7~8호 크기의 스케치북을 사용해 즉석에서 속필로 스케치한다. 후진 양성과 함께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은 스케치 여행을 나가고 이렇게 스케치 여행을 떠나는 것은 그의 예술적 시각을 넓혀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화백은 “그림을 그리게 하는 충동의 바람, 붓펜을 끄집어내도록 하는 바람 따라 평생을 화업에 몰두해왔다”면서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기원 지역 원로작가 특별전’인 이번 전시가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의 연장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물상의 형용에 관한 달관으로, 거침없고 자유로운 필력을 가진 대화가인 최 화백은 이번 전시와 화집을 통해 자신의 창작 기록은 물론, 한국 미술계를 위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라면서 선생의 광범위한 조형 세계를 탐색하는 거대 여정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라고 평했다.
최복은 화백은 개인전 39회(국내 9회, 국외 30회, 세계 40여 개국 스케치 현지전)를 열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국전 심사와 운영, 심사위원장, 대한민국 미술대전 국전 대통령상 선정 통합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1981년 원전대상 수상을 비롯, 경북 미술대전 ‘한국화부문’ 최고상 수상, ‘1995 한국미술의 해 미술공로대상 국무총리상 표창 및 훈장 수훈, 한국예술문화상 수상, 금복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1997년 경북 100주년 기념, 경북대종 비천문양 및 벽화제작, 경주 ‘천마도’ 복원 제작, 불국사 복원도 등을 제작했다. 계림 설경 시리즈 500호 작품들이 청와대와 국정원, 경북도청 등에 소장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