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치인이 예수 행세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정치판이 사리사욕에 신뢰를 잃었는지 오래인데 난데없이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한 정치인이 나타나면서 갑자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등장해 정치판이 너무 혼란스럽다.   도대체 정치판이 왜 이럴까? 하기야 사회에도 종교인의 탈을 쓰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가짜 종교인이 득세하는 세상에 정치판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않나. 문제는 가짜가 판을 쳐도 제어 방법이 없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황우하 의원은 성탄절을 앞둔 지난 3일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했다. "가시 면류관을 쓰고 채찍을 맞아가며 십자가를 메고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황 의원은 과거 `처럼회` 회원들을 "검찰 개혁의 순교자들"이라고 불렀다. 자신을 비롯, 최강욱·김남국·김용민·민형배·김의겸 등 20여 명이 `순교자`라는 것이다. 아무리 문학적 비유라도 최소한의 공통점은 있어야 성립한다. 순교의 뜻을 모른다면 국회에서 1.5㎞밖에 안 떨어진 양화진에 가보라. 병인박해 때 8000명이 참수당한 절두산(切頭山)에 오르면, 아무리 신자가 아니더라도 `짤짤이`, `암컷`을 운운하며 낄낄대는 자들이 같은 순교자 반열에 서는 건 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의 모친은 2021년 자신의 심경을 예수의 어머니 성모(聖母) 마리아에 비유했다. 지난 9월 조 전 장관을 주제로 한 전시회엔 `촛불 십자가` 그림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예수"라는 설명이 붙었다. 야권(野圈)에 적어도 3명의 예수가 계신 셈인데, 성녀(聖女)도 있다. 함세웅 신부는 지난달 30일 `방울` 발언을 하기 전 추미애 전 장관을 `추다르크`라고 불렀다. "잔다르크는 프랑스의 성녀, 위대한 순교자"라며 "추 전 장관은 신실한 신앙인"이라고 했다. 한국에 하나님이 20여 명, 재림 예수가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이비 교주들은 스스로를 탄압받는 순교자로 우상화하고 외부의 적을 설정해 집단 결속을 강화한다. 7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2 백백교 일월산 기도원은 부녀자를 간음하고 재산을 약탈해오다 들통이나 교주는 도망가고 기도원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사리사욕이 많은 사람은 성인이 아니다. 제발 성인을 욕되게 하지마라. 하늘이 무섭지 않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