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활의 기본 삼 대 요소를 의식주(衣食住)라 하는데, 과연 그것만으로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그 의식주를 떠받히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에너지’가 아닌가 한다.   원시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들은 오랜 기간 자연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목재(木材) 따위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였지만, 비교적 근래에 들어 산업이라는 경제활동을 일으키면서 석탄이나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니까 수 천 만년 내지 수 억 년간 지상에 번성했던 무수한 식물과 동물이라는 유기체들의 사체(死體)가 지표에 쌓이고 쌓였다가, 지각변동으로 지하 깊숙이 묻히면서 높은 압력에 의해 고체 탄소덩어리 혹은 걸쭉한 액체로 바뀐 것이 바로 석탄과 석유라는 것인데, 그렇게도 장구한 세월동안 지하 깊숙이 저장되어온 화석연료를 인류는 불과 몇 세기만에 고갈시켜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짧은 기간에 너무나 급속히 그것들을 모두 태움으로써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이제 거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지구 환경을 위험하게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때문에 최근 들어 청정에너지인 ‘수소’가 주목받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가 될 수 있을는지? 나름의 부족한 지식으로나마 좀 살펴보고자 한다. 수소는 내 초라한 작업실에서도 매우 간단한 실험도구를 이용하여 쉽게 전기분해,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이긴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그 어떤 화석연료보다 뛰어나며 연소 시 오염물질도 전혀 생성되지 않는 꿈의 에너지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청정 수소를 생성하기 위해 전기분해를 할 경우, 소모되는 전기 에너지가 수소를 이용하여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훨씬 크다는 것인데, 이는 오만원권 지폐를 만원권 지폐와 일 대 일로 교환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경제성을 찾기 어렵다.   둘째, 생성된 수소를 완벽하게 보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에 속하겠지만, 수소는 이 우주의 모든 물질 중에 가장 작고 가볍기 때문에, 어떤 물질로 가두어도 원소와 원소사이 빈틈으로 수소원자들이 빠져나가 결국은 대기 중으로 사라지게 되는데, 기체 상태 그대로 보관하려면 당연히 압축용기를 떠올리게 되겠지만, 일시보관은 가능할지라도 장기간 보존이 어렵고, 액체화 하면 부피를 무려 수백분의 일 정도로 줄일 수는 있어도 초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수소를 생성시키는 방법은 가장 간단하고 깨끗한 전기분해 방식 외에도 천연가스를 개질하여 추출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쌀 주고 보리 바꿔 먹는 식이라 경제성을 인정하기 어려운데, 가장 최근 소위 ‘화이트수소’가 각광받기 시작한다. 화이트 수소는 지표면 깊숙한 곳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수소를 일컬음인데, 추정 매장량이 엄청 나서 인류가 이 후 수천 년간 사용할 미래 에너지라는 장미 빛 전망도 있지만, 문제는 워낙 깊은 곳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석유처럼 용이하게 채굴이 가능할 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또 채굴이 된다 해도 주지된 사실처럼 어떻게 보관하고 어떻게 수요처로 수송할 것인지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얘기다. 거의 무한하게 존재하고, 완벽할 정도로 청정한 꿈의 에너지 수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꿈의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술적 난관을 해결해야 하는 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인류는 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케 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대로 된 지식도 없이 무조건 수소경제만 말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R&D 예산 삭감을 보며 느낀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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