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7일 조기 해산을 선언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혁신위를 꾸린 지 42일 만이다. 공식 활동 시한은 24일까지이지만 11일 혁신안 최종보고를 끝으로 2주가량 앞당겨 간판을 내리게 됐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면 국민의힘이 왜 혁신위를 구성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처음에는 비장한 결기를 보인 인요한 혁신위와 김기현 지도부에 기대가 모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요란한 집안싸움을 벌이고 변죽만 울리더니 결국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에 대해 "50% 성공했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긴다"고 자평했지만 이에 공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섯차례 혁신안이 나왔지만 1호였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대표 징계 사면안을 빼고 나머지는 거의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실상 `빈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다. 혁신은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고통과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김기현 대표나 당 주류, 친윤(친윤석열) 핵심들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하라는 혁신위의 요구를 노골적으로 뭉갰다. 혁신위를 띄우며 "전권을 주겠다"던 약속을 대놓고 뒤집은 셈이다. 인요한 혁신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생명이 걸려있는 공천 관련 혁신안을 세심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시한을 정해 몰아치듯이 압박한 것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쇄신과 수직적 당정관계 변화와 같은 핵심적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오히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발언으로 구설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곧 김 대표 체제로 총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내년 총선은 해보나 마나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아직 기회의 창이 닫힌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김기현 지도부를 비롯한 당 주류는 보궐선거 참패의 교훈을 되새기며 뼈를 깎는 자기희생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인요한 혁신위가 제시한 나머지 주요 혁신안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게 낫다. 민심과 동떨어진 세력은 늘 자멸의 길을 걸어왔음을 우리 정치사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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