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8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예산안이 정기국회 내 처리되지 못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작년의 경우 새해 예산안이 12월24일에서야 겨우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민생이 어려운 와중에 나라 살림마저 정쟁의 볼모로 전락한 것 같아 유감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까지 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내용의 12월 임시국회 합의문을 발표했으나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예산안이 총선 정국을 앞둔 여야의 힘겨루기 수단이 돼버린 탓이 크다. 실제로 상임위 곳곳에선 민주당이 현 정부의 중점 예산을 없애고 문재인 정부의 예산을 살려내 단독 처리하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산자위에서 민주당이 원전 생태계 복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예산을 크게 늘린 게 대표적 사례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의 경우 정부가 0원으로 제출했으나 민주당에 의해 7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우리 헌법에서는 정부에 예산편성권을, 국회에는 정부예산안에 대한 심의 및 의결권을 부여한다.   예산안 못지않게 올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할 민생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이 아파트 청약 당첨자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다. 정부는 올해 초 고금리 여파로 일부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는 등 주택시장이 급랭하자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하면서 실거주 의무 폐지안을 국회에 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상임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갭투자를 부추긴다"는 게 민주당의 반대 이유지만 시장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나온다. 자칫 법 개정이 무산되면 수분양자들이 분양권을 팔더라도 실거주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입주 때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들도 고리로 돈을 빌려 잔금을 치른 뒤 입주해야 할 판이다. 정부만 믿고 청약시장에 뛰어든 소비자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생겼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정국이 꽁꽁 얼어붙은 이럴 때일수록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더구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우주항공청 설립 등 일부 쟁점 법안들의 경우 입장차가 크지 않아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즉시 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협상에 진척이 없다면 당 대표끼리 만나거나 윤 대통령이 나서 야당에 법안 처리를 호소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검토해봤으면 한다. 여야가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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