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장제원(3선·부산 사상)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와 전방위적 여론 압박에도 꿈쩍 않던 국민의힘 주류에서 첫 불출마 선언이 나온 것이다. 장 의원은 이날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장 의원이 현 여권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이번 불출마 선언은 당 주류의 거취와 당내 공천 방향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기득권을 벗어던지고 국민의 쇄신 요구에 부응하는 자기희생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현역 다선의원이 스스로 정치생명을 끊고 백의종군의 길을 걷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사실 장 의원은 혁신위의 희생 요구를 받은 지난달만 해도 관광버스 수십 대가 동원된 지역구 지지모임 산악회 행사에 참석해 세 과시를 한 바 있다. 이는 김기현 대표와 함께 당의 혁신 드라이브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모양새로 비쳤다. 여권의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당 전체의 면모를 일신하는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 혁신위로부터 동일한 희생을 요구받아온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 영남 중진들도 어떤 식으로든 거취를 표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특히 김 대표를 향해 조속한 결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선 필패론까지 대두된 마당에 당 혁신마저 지지부진하게 만든 책임이 큰 탓이다. 일부 친윤 초선의원들이 김 대표 엄호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당내에서는 김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야의 쇄신 경쟁이 새롭게 점화될지 주목된다. 여야 어느 쪽이 더 새로운 정치를 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느냐가 총선 승패의 중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권으로서는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역으로 쇄신 목소리가 약했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총선 승리의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인물로나 정책으로나 누가 더 빨리 혁신을 선점하느냐의 게임이다. 연합뉴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