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비대위원장 선임을 두고 막판조율에 들어갔다.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든 내년 4·10 총선에서 부진하면, 희생양이 될 것이 뻔하기에 후보군에 들어있는 인사들이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 패배하게 되면 당 대표가 물러나는 선례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물망에 오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영입을 놓고 찬반이 있는지도 모른다.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사정 수장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권 1위인 장관이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비윤계 하태경 의원도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장관을 “아껴 써야 한다 ”(17일 페이스북)며 추대론에 반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7일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 대표로 만들어 본들 그 선거가 되겠냐”고 페이스북에 썼다. 반면 김병민 최고위원은 18일 S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낼 것”이라 주장했다.   한 장관을 영입 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것은 선거에서 성적표가 나쁘다고 전적 당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고질병부터 고쳐져야 한다. 이 같은 선례는 일견 책임 정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한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정치판에서 사라져야 한다.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분산하는 진보 진영과 달리 보수 진영은 정당으로서의 이념적 무장이 덜 돼 있는데도 문제가 있다. 2020년 9월 국민의힘 출범 후 잦은 지휘부 교체를 두고 정치권에선 “간판만 세워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국민의힘 고질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시작부터가 비대위였다.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그대로 승계돼 첫 얼굴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이 2021년 4·7 재·보궐 선거 승리 후 사임하고 그해 6월 전당대회까진 주호영·김기현 당시 원내대표가 연이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여기까진 선출된 정상 지도부는 아니어도 큰 혼란은 없었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후부터 지도부를 둘러싼 혼란이 시작됐다. 2022년 8월 출범한 주호영 비대위는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서다.   국민의힘의 대표가 수시로 교체된 건 비극이다. 책임질 일이 생기면 당 대표에게 모두 떠넘겨버려 온 행태는 보수 정당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나라당까지 거슬러 26년간 존재한 당 대표 16명 중 임기를 온전히 수행한 이는 강재섭·황우여 전 대표밖에 없을 정도다. 한동훈 장관을 아껴 써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