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는 4월 총선 공천 때 증오를 부추기는 언어를 쓰는 정치인들을 퇴출하겠다고 앞다퉈 공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망국적 증오의 정치를 근절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혐오 표현과 증오 발언은 한국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를 초래한 주범이자 민주주의의 적이다. 제1야당 대표를 백주대낮에 습격한 사건은 단순히 은둔형 정치훌리건의 일탈행동 차원을 넘어 극단 정치가 빚어낸 구조적 비극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 스스로 뿌린 혐오의 씨앗이 정치테러라는 `괴물`을 부른 것은 아닌지 통렬하게 성찰해야 한다. 최악의 막말 국회라는 오명을 쓴 21대 국회의 책임이 무겁다. 21대 국회 들어 모욕·욕설·인신공격·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제출된 국회의원 징계안 수는 작년 말 현재 30건 가까이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증오를 부추기는 인사들의 정계 입문을 차단하는 핵심 장치는 결국 공천이다. 국회 입문단계부터 철저히 걸러냄으로써 증오 정치의 싹을 없애야 한다. 관건은 증오의 언어를 어떤 식으로 객관화·계량화해 공천 심사에서 페널티를 줄 것이냐이다. 아직껏 증오·혐오 발언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제재기준이 확립돼있지 못하고 표현 수위와 사회적 물의의 범주를 놓고도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합리적 수준의 잣대를 마련하는 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회 의사록이나 언론에 공개된 막말 등의 횟수나 빈도를 계산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봄 직하다. 근본적인 해법은 증오 정치가 독버섯처럼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인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극단적 이분법에 익숙해진 정치문화 자체를 혁신해야 하는 과제다.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자 첫걸음은 대화다. 힘들더라도 여야가 수시로 타협과 협상을 시도하며 협치의 문화를 정착시켜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권의 자성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여야 지도부가 일회성 설화 경계령에 그치지 않고 극단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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