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 목적’을 알지 못하지만 주관에 의해 대상을 합목적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사물을 보면서 ‘청결하고 고귀하며,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 이 생각에 대한 근거는 바라보는 그 무엇에 있지 않고 판단하고 생각하는 주관에 있기 때문이다.   연꽃을 바라보면서 ‘이 연꽃은 청결하고 고귀하며, 아름답다’며, 판단하고 생각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는 연꽃 자체가 청결하고 고귀하며,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연꽃이 청결하고 고귀하며, 아름답다고 판단하고 생각하는 이유는 연꽃 자체에 있지 않고 판단하는 ‘자신’ 내부에 있다.   판단이 주관에 있게 되지만 다음 경우는 객관적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사물을 소유한 다음, 이 아름다움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 주변을 예쁘고 아름다운 사물들로 꾸미고 난 다음 그 주변에 새로 구입한 것들로 진열해보자. 진열한 것이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이는 남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겉모습을 갖춘 뒤, 바깥에 있는 사물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최근 가깝게 지내는 여인이 예쁘고 아름다운 방을 임대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였다. 그녀는 온몸을 던져 식물과 자연 그리고 생태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식물의 사생활』(애튼보로 저, 까치)을 선물했더니 매일 분량을 정해 320쪽짜리를 읽고 있다했다.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진은영 저, 그린비)도 줬더니 오랜 세월 한 번도 넘어가지 못한 질문에 비로소 실마리를 찾았다고 전해왔다. 안개와 어둠속에 길 잃어 헤매던 중 던져진 한 줄기 빛이었지만, 사물에 대한 가치를 구체적으로, 투명하게 볼 수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이와 같이 중간 값을 압도적으로 웃도는 기준 하나는 대수롭지 않고 평범한 것 여러 개보다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물과 자연 그리고 생태 속에서 생물 다양성을 찾아내고 자기 정체성을 새로운 언어로 쓰고 있는 그녀가 빛나고 있다. 생물 다양성 강을 건넌 사람은 사유가 깊은 사람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언어 또한 강을 이루며 흘러갈 것이다. 필자는 그녀와 비슷한 능동적 자율성으로 시련을 견뎌 냈는지, 또한 흐르는 강물에 새로운 언어를 가지고 발조차 담가보지 못한 것 같아 지내온 시간이 많이 아쉽다.   책을 읽고, 철학에 대한 사유를 시작하고, 아기자기한 사물을 모으는 것은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식물과 자연 그리고 생태를 생각하며 살아가기 위해 좋은 음악을 들으며 『식물의 사생활』과,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를 읽으며 책속에 미리 생각하지 못한 세계가 있다는 것에 놀랐으며, 이것은 자신 삶에 큰 획이 그어졌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우리는 많은 좋은 것들을 현재 자신에게서 찾을 수 없고, 보통 다른 사람 권유로 만나게 된다. 새로운 눈뜸과 빛, 그리고 시원한 물줄기는 밖에서부터 흘러들어온다. 마음을 조금 열어놓고 다른 물줄기가 들어오게 했을 때 작은 물줄기는 순간 큰 강을 만들어 주변 모든 생명체에게 풍성함을 준다. 삶에 가끔 행운이 동행하기도 한다. 이는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주변 도움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해가 떠오르고 지는 것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어려운 고난 속에서도 필자에게 다가와 일상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손 내민 고마운 일들, 그녀 손이 마음을 툭 건드릴 때 서정성을 잃지 않고 시심이 잘 반응하도록 준비하고 있어야겠다. 롤러코스터를 타며, 살아온 세월들, 하지만 마음속에 잘 벼려진 칼날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주관과 객관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며, 균형 잡힌 마음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 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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