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아파트, 돈만 있으면 모두 배달해 준다밥이며 반찬 만들 필요도 없고앞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알 필요가 없다세상의 진귀한 물건 티비가 다 보여 주고재미있는 얘기 티비가 죄다 말해주니거실 밖으로 나갈 필요조차 없다춥고 더운 것도 없으니 이곳이 천국인가?움직일 필요조차 없는 내 몸은 이내 병 들고내 마음은 물욕에 물들어 머니 좀비가 된다방문을 닫은 채 아이들 공부만 하라고 하니대학에 간 뒤는 집에 안 온다자살률 세계 1위인 이 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산새들 아침 수다로 잠을 깬 뒤낙엽이 양탄자 처럼 두터운 산길을 걸으며 살펴보니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들 참 바쁘다(…)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산에 사니 정말 신난다설화산에 산 이후 나는 저절로 시인이 된다 -이기영, `산속에 드니 시인이 된다`   2024년, 청룡의 새해가 밝은지도 반달이 지났다. 시간은 재깍재깍 신의 발걸음이다. 올해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새해 소망은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였다. 이 말을 들으니 새삼 시인이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고. 시란 과연 무엇인가를 뒤돌아보게 된다.   시를 생각할 때마다 `솔로몬 왕의 영광도 들에 핀 백합화 한송이만도 못하다` 라는 경구가 생각난다. 권력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안개 같은 것이지만 들에 핀 한송이 꽃의 생명은 내년이면 다시 소생한다. 이 영원한 꽃의 존재가 바로 시가 아닐까? 시인의 상징이 아닐까?  이 시에서 시인은 한국을 자살율 세계 1위의 비극적인 나라, 도시의 아파트를 `콘크리트 감옥`이라고 칭하며,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한다. 시인은 이 시대의 현실 고발과 함께 설화산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시인의 삶을 비교 노래하고 있다. 이웃 간에 대화가 사라진, 개인주의적 생활에 빠진 현대인들의 삶. 가여운 한국의 어린이들,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산에 사니, 정말 신난다" , "설화산에 산 이후 저절로 시인이 된다"고 시 속 화자는 부끄러운 고백을 한다. 시인은 산새들 수다로 잠을 깨고 산길을 걷고 겨울 준비하는 다람쥐를 만나고, 콘크리트 감옥을 버리고 숲속에 산다. `산속에 드니 시인이 된다!` 시인이여 새해 축복, 담뿍 받으시라.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