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문월(把酒問月)’이란 시는 이백(李白)이 지은 시이다. 이백(701∼762)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 당나라 때 최대의 시인으로 알려져 오고 있다. 두보는 시성(詩聖), 이백은 시선(詩仙)으로 별칭 되고 있다. 그는 25세에 집을 나가 세상을 홀로 떠돌며 다니다가 43세경 때 현종의 환대를 받고 한림공봉(翰林供奉)에 임명되어 포고문 초안을 작성하고, 임금의 향연에서 임금의 치적을 칭송하는 시를 지은 것이 관료 생활의 사적(事蹟)으로 전한다.   특히 그는 술과 달을 좋아하여 그에 대하여 전해 오는 이야기가 많다. 채석강(采石江)에서 선유(船遊)를 하면서 술과 월색(月色)에 취하여 수면에 비치는 수중월(水中月)을 잡으려고 강물에 뛰어 들어갔다가 고래의 등을 타고 승천(昇天)하였다는 전래(傳來)의 이야기에서, 이백이 술과 달을 얼마나 좋아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친구 가순(賈淳)의 권유로 지은 시 ‘파주문월’은 ‘술잔을 들고 달에 묻는다’. 는 술과 달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명시(名詩)이다.. 靑天有月來幾時 푸른 하늘에 달이 있은 이래로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가? 我今停杯一問之 내가 이제 술잔을 멈추고 물어보네. 人攀明月不可得 사람이 밝은 달에 올라 달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나, 月行却與人相隨 달의 운행(運行)은 사람을 따라 쫓아가네. 皎如飛鏡臨丹闕 밝기는 날아가는 거울이 붉게 칠한 대궐에 나타난 것 같고 綠烟滅盡淸輝發 녹색 연기(綠煙) 없어지자 맑은 광채가 나타나네. 但見宵從海上來 다만 밤에만 바다 위로부터 올라와 寧知曉向雲閑沒 새벽에 구름 속에서 고요히 없어짐을 어찌 알랴? 白痒棘藥秋復春 흰토끼 약(白痒)을 빻는데 가을에서 다시 봄으로 이어지고 嫦娥孤樓與誰隣 항아(嫦娥)는 외로운 누(樓)에서 누구와 더불어 이웃할까? 今人不見古時月 지금 사람 옛날 달 보지 못했으나 今月曾經照古人 지금의 달은 일찍이 옛사람 비추었다네. 古人今人若流水 옛사람 지금 사람 흐르는 물과 같으니 共看明月皆如此 함께 밝은 달을 보는 것은 모두 이와 같다네. 唯願當歌對酒時 오직 원하노니 술을 대할 때는 마땅히 노래하라. 月光長照金樽裏 달빛이 길게 황금 술 단지(金樽) 속까지 비춘다네. 이 시는 4구씩으로 구분된 칠언고시이다. 제1단락은 평성(平聲)의 지운(支韻), 제2단락은 입성(入聲)의 월운(月韻), 제3단락은 평성의 진운(眞韻), 제4단락은 상성(上聲)의 지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백이 술잔을 들고 밝은 달을 쳐다보며 묻고 있어서 무한한 자연에 견주어 볼 때 우리 인간은 얼마나 유한한 존재인가를 느끼게 한다. 장생불사할 수 없는 인간의 비애를 표현하고 있어서 달은 더욱 그 빛에 정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밝은 달 속에 흰토끼가 쉬지 않고 약 방아를 찧고, 미인 항아는 외로운 누에서 이웃 없이 살고 있다는 표현 등은 무한한 상상을 하게 한다. 옛사람과 현세인 모두가 흘러가는 물처럼 떠나가지만, 달은 여전히 세월의 흐름과 무관하게 항상 황금의 술 단지를 밝게 비추고 있어서 인생무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달은 빛을 투사하며, 세속의 소란에 대해 달 속의 흰토끼처럼 조용히 과업을 수행하면서 맑게 밝게 살아가라고 무언의 교시로 질책하는 것 같다. 인간은 항아와 같이 제한된 공간에서 외롭게 유한한 생을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이백은 파주문월에서 가르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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