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시가 그렇고술이 그렇고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안부 없는 사랑이 그렇고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창밖의 비가 그렇고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치열하게비워가며 투명해진다아직 건재하다는 증명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최영미, `사는 이유`     사람이 사는 이유가 뭘까?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사는 이유`야 천태만상일 것이다.  시 속의 화자는 `투명한 것은 자신을 취하게 하고`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자신은 투명해진다고 고백한다.   시에서 투명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이 진실해진다는 것인가. 깨끗해진다는 것인가 아니면 아름다워진다는 것인가.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시가 그렇고/술이 그렇고/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그렇고/ 안부 없는 사랑이/지하철을 접수한 여학생들의 깔깔웃음이, 흰종이가, 비가,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날마다 계속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투명한 것이 나를 정신차리게 하는 아름다운 대상이라고 시인은 속삭인다.  어떤 시인은 권태로운 삶에 즐거움을 만들면서 사는 것이 `사는 이유`라고도 말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예술을 하기 위해서, 이웃에게 베풀기 위해서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내일을 위해 희망을 만들면서 사는 것이 `사는 이유`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시인은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고 고백한다. 그렇다. 치열하게 싸우면 정신이 맑고 투명해진다. 싸운다는 것, 그것은 치열하게 산다는 증거고,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취하지 않는다! 아, 인생이 너무 슬퍼서 눈물나도록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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