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들어갈수록 볼 것이 많고 점점 재미가 있음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말로 직역(直譯)되지만, 실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하는 반어법(反語法)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면 필화(筆禍)를 면키 어려울 것 같은 시절 같긴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점입가경이라 아무도 읽어 주지도 않을 것 같은 글을 또 쓰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불과 육 십 불(弗)에서 삼만 불 시대까지,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온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비단 경제적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구조와 가치관의 변화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무엇이 정의(正義)이고 무엇이 불의(不義)이며,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이라는 것일까? 우리가 그간 그렇게도 지악스러울 정도로 추구해온 가치와 꿈이 무엇이었든 간에 한낱 남가일몽(南柯一夢)이요,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말 모래성이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의 역사가 오천년이라고 하지만, 그간 수많은 왕조들이 이 땅에서 분열되거나 통일되면서 부침(浮沈)을 거듭하다가 가장 최근에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로 다시 건국된 지는 겨우 한 세기에 불과할 뿐인데, 벌써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대략 삼사 십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람들이 외국 여행을 하면서 국적을 숨기고 싶은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나와 함께 해외 취업을 나갔던 한 동료가 어느 관광지에서 만난 외국인이 국적을 묻자, 서슴없이 `아이 엠 자패니즈`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내가 그를 나무라니,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코리안이라고 하자니 쪽팔리잖아!`라고 하던 기억이 되 살아난다.   그러니까, 굳이 자신의 국적을 감추고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지 못하던 그때 그 시절이 있었음을 요즘 젊은이들은 까마득히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멸시와 차별 속에 웅크리면서도 선진국 기업체의 노예가 되어 악착같이 외화를 벌어들이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것이 바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지금의 노년 세대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불의가 정의가 되고, 변칙이 원칙이 되며, 무식이 유식으로 통하고, 불법이 합법으로 바뀌는 이 점입가경의 세상을 만들고 있는 지금, 나는 우리 사회의 주류 세대들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독립된 시공간(視空間)이 아니기에 그대들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가장 경멸받는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과 화려한 기술문명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구를 황폐화 하고 있듯이 가장 화려해 보이는 언변이 언어 체계를 교란하고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만든다. 언변(言辯)인지 대변(大便)인지, 논리(論理)인지 비리(非理)인지도 모를 말들만 난무하는 언론은 매스컴인가 매스꺼움인가? 보고 싶은 것도 없고 듣고 싶은 말도 없지만 소음을 피할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옛 말에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간만 못하리라’ 했지만, 지금은 ‘가다가 중지 곧 하지 않으면 불구덩이에 빠지리라’라는 게 내 생각인데, 당신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암자(庵子)에 혹한(酷寒)이 닥치자 스님이 대뜸 목불(木佛)을 패서 군불을 지핀다. 이를 본 시자(侍者)가 “스님! 부처님을 그리 대하시면 되는지요?” 스님이 대답한다. “이놈아! 이 아궁이를 뒤져 부처님 사리나 찾아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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