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은 살아서 활동하는 것이고, 먹고, 입고, 쓰고 하는 등의 살림살이며, 일정한 조직체에서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것 등으로 어떤 행동이나 활동하며 살아가는 상태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생활하는 데 부여된 역할이 같지 않아서 행동의 형태도 다르다. 특히 대•소기업 운영의 책임자는 일반인보다 더욱 무거운 하중을 견디며 생활해야 하므로, 개인이 겪어야 하는 칠정(七情) 보다 때로는 극한점에서 보람과 즐거움, 비통과 울분, 후회와 배신 등의 힘든 정서적 지불이 요구될 것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추구했던 생활의 방법이 종국에 가서는 가장 잘못된 선택이 되어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어떤 경우는 카메라 앞에 영상화되고, 초자아(super ego)를 극복하지 못해 극단의 처방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볼 때, 부운처럼 실체가 없는 것이 생(生)이라면서 말없이 떠나는 것 같다. 지난 60년대 초반 대학교 재학시절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이 인기가 높아서 많은 학생이 애독하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가 여자 주인공 로테를 지극히 사랑하였으나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판단하고, 실의와 고독감에 사무쳐서 마침내 권총을 쏘아 자살로 생을 마쳤다. 그래서 이런 스토리가 젊은 대학생들에게 감동을 주게 되어 이 소설은 유명해져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베르테르의 괴로움을 공감한 젊은 세대들이, 유치원 교실에서 마치 한 유아가 울면 덩달아서 다른 유아들이 우는 동조 울음과 같이 자살하는 사례가 급증하여 유럽 일부 지역에는 이 책의 발간이 중단되기도 하였다. 이런 동조 자살 현상을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는 ‘베르테르의 효과’라고 명명하였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가 되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9년에 대통령의 자살을 비롯하여 금세의 유명 인사, 연예인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어서 사람의 목숨이 홍모(鴻毛)는 아닐 터인데, 왜 이런 일이 체인(chain)화 되어 발생하고 있는지 무심코 외면할 예사로운 사건이 아닌 것 같다.   2018년 6월에 요리사, 방송인, 폐션 디자이너로 각각 유명했던 앤서니 보딘, 케이트, 스페이드가 자살하여 세계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성공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외부에서 볼 때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듯 보였다. 외현된 삶의 모습이 비가시적 내면의 삶과는 괴리가 있었던 것 같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1858~1917)은 1897년에 저서 《자살론(Le suicide)》을 발표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자살은 엄연히 사회 현상이며 자살의 원인 역시 사회적이라 했다. 조사한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통해, 자살이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을 제시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정신병이나 신경쇠약증 같은 것이 자살과 확정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유전적 요소, 개인의 체질, 계절에 따른 온도의 영향 등 다양한 신체적•물질적 조건들이 자살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자살을 이기적인 자살, 이타적인 자살, 아노미적 자살, 숙명적 자살로 분류했다. 이기적인 자살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전반적으로 팽배해있는 사회에서 자주 일어난다고 하였고, 이타적 자살은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집단에 지나치게 밀착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집단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지닌 사회에서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노미적(anomic) 자살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이나 사회 규범이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 자주 일어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숙명적 자살은 사회가 과도하게 욕망을 억압하기 때문에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았다. 어떤 유형의 원인으로 발생한 자살이든 그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므로 훼손하지 않도록 간직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 가르친 선인들의 교훈은 시대가 아무리 광변(狂變) 할지라도 영원한 가치를 지니는 덕목이라 생각된다. 한훤당 김굉필 선생은 조의제문으로 야기된 무오사화로 인하여 회천, 순천에 부처(付處)되었다가 갑자사화로 인해 죄가 더 첨가되어 사약을 받게 되었다. 그때 목욕하고 관대를 바르게 해서 나오니, 우연히 신이 벗겨지자 다시 신고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어 입에 물고 태연히 죽음의 장으로 나아갔다고 한다. 몸은 타인에 의해 상하더라도 부모로부터 받은 털 하나라도 훼손하지 않으려는 효의 의지를 끝까지 보여 주었다. 생을 마감해야 하는 종생의 마당에서 육신의 일부라도 다치지 않으려는 선생의 효심이 생명을 방기하는 자살 현상에 대해 너무나 감동적인 교훈을 느끼게 한다. 자살해야 하는 당사자의 기막힌 사연을 어찌 외부인이 잘 알 수 있을까만은 이에 대한 ‘베르테르의 효과’와 같은 자살 현상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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