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영하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새긴 점퍼를 입고 출근 차량의 통행이 많은 네거리 한 귀퉁이에서 허리가 꺾어질 정도로 인사를 하는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를 매일 목격한다. 그들은 자신의 운동원과 함께 살을 에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자신을 선택해 달라며 러브콜을 보낸다. 더러는 자신의 자녀로 보이는 청년을 대동한 경우도 만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절절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 과연 그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길거리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국회의원이란 무엇일까.   흔히들 ‘선거 전에는 코가 깨질까 겁나고 당선되고 나서는 뒤통수가 깨질까 겁난다’는 말을 한다. 후보들은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 마치 입에 든 것도 꺼내 줄 것처럼 군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유권자로 만들기 위해서 기울이는 필사적인 노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당선되고 나서는 마치 장인 돈 떼어먹은 사위처럼 대번에 몸가짐이 달라진다. 뻣뻣하다 못해 뒤로 자빠질까 두렵다고 여겨질 정도다. 더러는 여의도 주변에 머물며 자신의 정치적 몸집 키우기에 집중하다 보니 지역구는 아예 안중에 없다는 비판도 듣는다. 달라도 너무 다른 정치인들의 변신에 대해 하루 이틀 단련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총선에 등장한 후보들은 다르지 않을까 바보스럽게도 기대해 보는 것은 우리 정치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유권자들의 가슴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도처에서 후보를 만난다. 마을의 경로잔치는 기본이고 조촐한 동창모임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들은 각 정당이 상징하는 색깔의 점퍼를 입고 입구에서부터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해댄다. 후보자가 건네는 명함을 쳐다보지도 않고 후보자가 보는 앞에서 땅에 던져버리는 유권자가 있어도 후보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대 51%의 지지만 얻는다면 그 정도의 수모는 아무것도 아니다. 돌아서는 후보자의 뒤통수에 대고 원색적인 욕설이 섞인 비난을 날려도 못들은 채 무시한다. 그들의 피나는 선거운동에 진심 어린 존경심이 인다.   그러나, 대다수 지역의 예비후보자들은 지금 선거운동을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포항시의 후보자들과 너무 차이가 난다. 포항시 후보자들은 매일 서로 경쟁하듯이 공약을 내놓는다. 포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시민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제시한다. 그것이 정치인이 지켜야 할 당연한 임무고 태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포항시의 후보들은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알리기 위해 기자실 일정을 잡기에 분주하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에 칭찬할 바는 아니다. 유권자들은 후보로 나선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가 내놓은 공약들을 비교한 후 어떤 이를 선택해야 더 나은 미래를 영위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선거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북신문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가운데 ‘차기 국회의원의 자질 중 무엇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정책 및 공약이 33.6%로 가장 높았고 도덕성 및 청렴성이 23.0%였다. 또 소속 정당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18.6%였고 경력이나 자질이 15.5%로 뒤를 이었다. 가장 높은 응답률을 가진 정책과 공약은 실종되고 그저 운동화가 닳아 없어질 정도로 저자거리를 훑는 과거의 선거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후보들이 대다수다. 이제 며칠 지나면 각 정당별로 예비후보들의 경선을 위한 컷오프 대상자를 가린다. 각 정당의 중앙당도 그렇다. 이들 후보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정치를 하려 하는지 옥석을 가리는 일을 제대로 하는지 묻고 싶다. 유권자들은 그들의 속내를 한 번도 뚫어보지 못한 채 중앙당이 가려주는 후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지목하고 그를 국회에 내보내기 위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그들을 국회에 내보내 놓고 유권자들은 또 실망하고 정치혐오에 빠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점퍼를 입고 천지사방을 뛰어다니는 후보에게 분명하게 물어봐야 한다. “국회의원 되시면 뭐부터 하시겠습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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