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23년 9월 4일은 국가가 처음으로 지정한 ‘고향 사랑의 날’이다. 9월에는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있는 날이고, 4일은 ‘사랑한다’는 말의 첫 글자(4와 사)와 같은 음(音)이라 정한 날이라 한다. 사람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고향·시골·향리라하고, 자기가 살던 고장을 떠나 임시로 머무는 곳이 객지요, 타향이라 한다. 필자도 그 당시 모든 국민들처럼 어렵고 힘든 가난한 시절에 태어났다. 1960년 초에 시가지에 전차가 다니던 시절. 서울로 갔다. 낯선 가정에서 입주 가정교사 노릇(생활)을 하면서 학업과 생계유지를 위해 고달프게 살았다.두고 온 고향과 어머니가 보고싶어 달 밝은 날, 효창공원에 가서 고향 땅 경상도를 향해서 기도하면서 신앙생활로 버티어 왔다. 그 후 직장을 따라 전북 군산으로 발령받아 역시 객지생활의 연속이었다. 시내 한 가운데 평화로운 곳에 위치에 자리한 월명공원에 올라가 남쪽 금강 너머 장항제련소의 굴뚝 연기를 바라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아래쪽 먼 곳으로 펼쳐진 고군산군도(열도)를 눈에 잡고 타향살이의 궁한 모습을 오지게 경험해왔다. 근무지(객지)와 고향의 거리가 멀어 왕복 교통비는 예사가 아니다. 혹시라도 길이 막혀 결근하면 감봉 당할까봐 악착같이 근무했다. 그 덕에 승급하여 생활 형편이 나아졌다. 옛부터 사람은 집(고향) 떠나면 고생이란 말을 수차례 들어왔지만 고육지책으로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 되겠지 하면서 살아왔다. 누구나 살기가 고달프다고 하지만 참고 견디는 것이 상책으로 여기고 살아온 곳이 객지인 타향이다. 고생을 낙으로 삼고 견디고 버티는 자가 이길 뿐이다. 영국의 극작가 세익스피어는 지구는 무대요, 인간은 그 위에서 멋부리며 놀다가는 광대요, 나그네라 했다. 고향을 떠난 사람을 한 때의 나그네라 한다. 현대 여류시인으로 예리한 감각와 청수한 서정이 담긴 노천명의 ‘고향’이란 시에,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이 하얗게 피는 곳/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철학자 지명관의 ‘고향생각’에도 한번 고향을 가졌던 사람에게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아있어 그 피를 따라 그것이 되살아 나온다. 어떤 시인은 고향의 산천은 어떠한 이름난 명승지 보다 아름다운 곳이요, 고향에 대한 집념이란 사람에게는 숙명과 같은 곳이라 했다. 이제는 다시 못갈 고향이라는 실향민은 우리의 고향은 실향인의 영원한 종교라 할만치 고향을 그린다. 속담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기 위하여 명절에 고향을 찾지 못한 불효자라 자칭하는 자들이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옛 노래가 더욱 큰 정감을 준다. 노랫말 가사에 깊은 감흥이 흐른다. 손석우 작사, 남상규의 ‘고향의 강’에,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달빛 아래 출렁출렁 가슴속의 강/ 아. 어느듯 세월의 강도 흘러/ 진달래 곱게 피면 온다고/ 이 손을 잡던 그 사람/ 갈대가 흐느끼는 가을 밤에/ 울리고 떠나가더니/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비록 그때 그 가수는 떠나갔지만 애향심의 자취가 너무나 애처롭다. 시골서 태어나 자란 나그네의 가슴에는 고향 산천이 전설로 다가온다는 노랫말에, 구름도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산골짝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있네// 설날이나 추석 때면 방송국에선 대잔치의 축제가 열린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요무대’에 최고의 애창곡으로 ‘고향초’라는 애향곡이 있다. 남쪽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날으면/ 뒷동산에 동백꽃도/ 곱게 피었네/ 이 바닥에 정든 사람/ 어디로 갔나/ 전해오던 흙냄새를/ 잊었단 말인가.두고 온 고향에는 조상님이 계셨던 곳이요. 부모님이 계셨고/ 뒷동산. 앞 개울 그리고 동무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움뿐이리. 그리움은 옷자락에 맺힌 땟자국.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는 언제나 그 흔적-늘 눈에 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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