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이 정책을 결정할 때 절차를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고 재정을 낭비한 것에 책임을 지도록 한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중대한 과실로 퇴임 후에 배상 판결을 내린 지자체장은 용인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체장이 치적 쌓기용으로 경제성 검토나 수요 조사를 제대로 안하면 퇴임 후에도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판결로 다른 지자체가 막대한 세금을 들여 추진한 민간 투자 사업에 대해서도 유사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고법은 14일 `용인 경전철` 재판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 한국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 3명에게 총 214억여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지자체장이 세금을 마음대로 썼다가는 퇴임한 뒤까지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용인시가 2004년 경전철 시공사인 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에 수요 예측치의 90%를 최소 수입으로 보장하는 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수입이 예측치의 90%에 미달하면 그 부족분을 지자체 재정으로 민간 업자에 메워주는 협약인데도, 이 전 시장이 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안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장뿐 아니라, 잘못된 수요 예측을 한 연구 기관에도 책임을 물었다. 또 경제 능력에 상관없이 엄격하게 법리에 따라 배상액을 부담시켰다.  이 전 시장은 "기획예산처가 민간 사업자에 30년간 90% 운영 수입 보장 조건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았고, 운영 수입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수입을 보장하지 않는 `저지 규정`도 두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용인시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민간 사업자에 이미 지급한 4293억원을 손해액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 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은 5%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배상금을 214억여 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면서 214억여 원 중 교통연구원 자체의 책임분은 42억9300만 원(손해액의 1%)으로 한정했다.  경전철은 개통 후 실제 탑승 인원은 예상치의 5~13%에 불과했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지자체장이 중과실 책임을 인정한 처음 있는 판결이다. 지자체의 민간 투자사업 실패도 주민 소송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 전국의 지자체장이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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