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집을 읽다가너무 좋아 전화를 한단다쓰러진 벼 일으켜 세우듯병 수발든 바깥분 잘 있냐니까여든 다섯 살 되어 그냥 그만하다며자기도 하마 여든 둘이라 한다느린 충청도 사투리에곰삭은 새우젓 냄새도 난다새우젓 냄새가그 먼 데서 예까지 온다고?전화 받고 그냥 좋아서개코가 된 내 코! -오탁번, `개코`     "좋은 시는 다 우스개로 태어난다" 이 말은 오탁번 시인이 생전에 했던 말이다.시인은 2023년 2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시인은 최근에 유고 시집, `속삭임`과`좋은 시는 다 우스개다`라는 산문집을 출간했다. 오탁번 시인은 평소 순수한 우리말로 빼어난 시를 썼고, 삶에 대한 풍자와 해학적인 시로 유명했다. 암 선고를 받고서도 생이 끝날 때 까지 시를 썼다. 평소 유머를 잃지 않으시고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시인이셨다.   작품의 시의 화자는 시인 자신이다. 자기 시를 읽고 시가 좋아서 전화했다는 독자(아는 이)의 반가운 전화를 받고 그냥 좋아서, 내 코가 냄새 잘 맞는 `개코`가 되었다는, 냄새 잘맞는 개코를 소재로 한 농담 같은 우스개 섞인 시다 .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재미가 있어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고 싶은 시다. 우스개 속에 담긴 곡진한 묘미가 실감을 주는 시다.  재미없는 시는 독자들이 외면한다. 시를 너무 엄숙하게 교훈적으로 읽는 것도 재미없다. 독자들은 말도 안되는 기상천외의 표현 때문에 그 시를 재밌게 느낀다. 우리의 요즘 시가 `시는 시다워야 한다`는 엄숙주의에 너무 빠져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너무나 비슷비슷한 시들, 시 비슷한 시들이, 또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난해한 시들이, 진짜 시 인양 시의 탈을 쓰고 착각하는 시들이 넘쳐난다. 너무나 무거운 시들, 별것 아닌 내용을 심각하게 쓰고 있는 시들도 문제다.좋은 시는 오탁번 시인의 시처럼, 우스개를 태반으로 독자들 앞에 섬광처럼 태어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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