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한야(寒夜)에 그냥 억지로 잠을 청하기가 아까워서 독서나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서가를 뒤적이다가 『반경(反經)』을 찾게 되었다. 이 책은 지금부터 21년 전인 2003년에 동아일보사가 펴낸 책이며, 역자는 장순용이다. 서울 교보문고에서 매득(買得)하여 앞부분 몇 쪽을 보다가 이런저런 일 때문에 조용히 완독하지 못하고 서가에 방치한 책이다.   저자는 중국 당나라 사람으로 자(字)는 대빈(大賓)이고 이름은 조유(趙蕤)이며 사천(四川) 출신이다. 병법에 박학하고 경세(經世)에 능한 당대의 대학자이나 자세한 이력은 전해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철학적 이념은 만물이 정(正)과 반(反)으로 상생하는 원칙이라 하였고, 이 원칙(原則)하에서 역사의 사건과 인물의 흥망성쇠를 조망(眺望) 하였다.    내용을 살펴보니, 강태공(姜太公)이 주문왕(周文王)에게 말한 것이 공감을 준다. “폐하가 만약 일반 사람들의 추천을 그대로 듣는다고 하면, 즉 사람들이 모씨(某氏)가 성인(聖人)이고 모씨(某氏)가 천재(天才)라고 할 때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잘못입니다. 세속에서는 사람의 좋고 나쁨을 말하는 데 기준이 없습니다. 백성들은 어떤 때는 매우 맹종하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성인은 간웅(奸雄)일 수도 있으니, 사회적인 관계가 많은 인물일수록 뭇사람이 그를 성인의 모습으로 부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천재는 사기꾼일 수도 있으니, 저들의 무리가 그를 천재의 모습으로 떠들었기 때문입니다. 폐하가 만일 사회의 여론에 따라서 세속 사람들이 추대한 자를 현명하고 덕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세속 사람들이 비방한 자를 나쁜 사람으로 간주한다면 붕당이 많은 사람이 출세하게 되고 붕당이 적은 사람은 배제됩니다. 그렇게 되면 무리를 지어서 군중을 속이는 사람이 시기를 틈타서 진정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해치고 모함하게 되는 데, 천하는 이 때문에 갈수록 혼란해집니다.” 이 말을 들은 문왕은 “그럼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임용할 수 있겠습니까?” 물으니, 강태공은 “문관과 무관은 직권이 분명하여야 합니다. 군주는 공적인 마음으로 직무와 국사(國事)의 필요에 따라서 인재를 발탁해야 하며 실사구시(實事求是)하고 인정에 구애되지 말아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때는 그의 능력을 살펴야 하니, 이것이 바로 인재를 얻는 바른 도리입니다,”(장순용 역, 2003. 301∼302).   강태공은 주나라 초기의 정치가이자 공신이다. 본명은 강상이다. 주나라 무왕의 초빙을 받아 그의 스승이 되었고, 무왕을 도와 상나라 주왕을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하였다. 그 공으로 제나라 제후에 봉해져 그 시조가 되었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군주는 사심을 버리고 공적인 마음으로 직무와 국사의 필요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여야 하며, 천거자의 말만 믿고 임용하지 말라는 것과 능력을 살펴서 임용하라는 말은 옳은 도리라는 것이다.   사적인 일이나 공무의 모두는 사람이 만들고, 그 일에서 발생하는 어려운 일들을 사람이 해결하는 것이기에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국가경영의 위험을 극복하고 번영과 문화의 창달에 기여할 수 있어서, 관중은 나라의 위험에 네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고급관료와 재상이 군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 둘째는 대신들이 합심해서 협력을 할 수 없는 것. 셋째는 군대를 통솔하는 원수가 적들의 두려움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 넷째는 백성들이 생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이 네 가지가 천하에 큰 난리가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천하가 태평할 것인가를 식별하는 기준이라 했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 예비후보자를 받고 혹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음이 보인다. 총선은 국운이 달린 빅 이벤트인 만큼 유권자는 반경의 교훈을 참고로 하여 바른 안목으로 선량에게 지지를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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