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길고 봄이 오는 것이 더딘 것은 봄의 장식을 위한 준비 기간이다. 갑작스런 겨울 날씨에 모두가 대책 없는 급습에 안절부절했다, 일기예보도 빗나가 강풍과 냉한에 잠시 속수무책이었다. 가을이 끝나기도 전에 예상 못한 폭우와 급하게 찾아온 저온에 대비 없이 시간만 급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위로감 마저 주춤했다. 며칠 간의 추위 때문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유난히도 봄이 그리운 겨울이었다. 영원한 행복과 슬픈 추억이란 꽃말과 전설을 지닌 복수초가 산비탈 양지에서 노랗게 피었다. 전설에 의한 말로 변심한 여인의 타계로 복수한 남자의 영원한 안식처에 피었다 한다. 가냘프고 가련한 조그마한 꽃으로 피게 되었다는 설화와 작은 송이 노란색이 오히려 더욱 애련해 보인다. 봄에 제일 먼저 핀다는 산수유와 매화에 이어 풍년화나 동백의 화신(꽃 소식)이 우리의 피부를 간지르고 있다. 미명의 시인 박희진의 ‘새 봄의 기도’가 가슴을 뭉클케 한다. 이 봄엔 풀리게/ 내 뼛속에 얼었던 어둠까지/ 풀리게 하옵소서/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 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 골짜기 마다 트이는 목청/ 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 새소리, 물소리에/ 귀는 열리게 나팔꽃인 양/ 그리고 죽음의 못 물이던/ 이 눈엔 생기를, 가슴엔 사랑을/ 불 붙게 하옵소서//한 평론가의 해설로, 이 시(詩)는 봄 더하기 기도의 작품이라 했다. 놀랍게도 기도는 문학이 되며 무려 아주 오래된 형식 중에 하나로 구약성경에도 ‘시편’이 150편이나 있다.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와 인간에게 하는 맹세를 합하여 기도의 문학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마음에 새기고 미래에 맹세하는 것을 기도라 한다. 봄은 아름다운 소생의 계절이요, 성장의 계절인 동시에 생명이 약동하며 부활의 제철이다. 봄은 한 해의 네 철 가운데 첫째 계절로 겨울과 여름 사이에 속하며 입춘에서 입하까지의 이름이다. 시인 워즈워스는 봄철의 숲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덕상의 선과 악에 대하여 어떠한 현인(현자)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소요되는 바를 공급해준다. 그리고 자연은 모두가 하나님이 주신 영원한 장식인 것이다. 그래서 봄을 탄생케하는 자연은 신(神)의 묵시라면 아름다운 예술은 인간의 묵시인 것이다. 봄이 오면 옷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둔탁한 옷은 벗어 던지고 화려한 색깔의 의상이 여성의 멋을 키운다. 봄이란 말의 어감이 여성적이며 신비로운 매력을 머금은 말이다. 봄맞이, 봄나물 등 봄의 향기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과 향기가 풍긴다.봄-봄은 계절을 등지고 왔다. 입춘날 아침은 어른과 아이들. 그렇게 마음 설레곤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속이다. 고난의 겨울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이었기에 봄을 기다리는 아쉬운 마음도 색 다른데가 있다. 죽었던 나뭇가지에 파란 잎들이 돋아나듯이, 얼어붙은 강물이 다시 소리를 내고 흘러가듯이 그런 자연에서 우리 민족은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강산을 지켜왔다. 검은 땅속에 갇혀있던 벌레들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는 저 가난과 불행의 잠자리에서 일어나 행복의 햇빛을 마시고자 한다. ‘보릿고개’란 말을 들어본 자 몇인가. 지난 날,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농가의 식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음력 4~5월 경을 이르는 말이다. 잊혀져 가는 계절이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던 봄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봄은 달랐다. 시인 하이네의 ‘봄’은 물결은 반짝이며 흘러간다/ 봄은 사랑의 계절/ 꽃은 피어나고 향기는 천지에 등천한다. 그러나 봄은 다만 기다림 속에서 흩어진 계절이란다. 그런 까닭에 더욱 그리운 계절이 봄이라 한다. 핀란드 속담에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푸른 빛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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