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이 복잡한 공직선거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소한 행동으로 경쟁 후보로부터 공격받기도 하고, 심각할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까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이달 28일부터 내달 9일까지다. 후보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고,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선거기간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규정해놨다.사전선거운동은 원칙상 금지이지만, 현행 선거법은 선거기간 전이라도 제한적인 방식으로 일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기간 전 가장 골치가 아픈 제한 규정으로 꼽는 것은 마이크 등 확성기 사용 금지 규정이다. 선거법상 선거 기간 전 확성기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제한돼 있다.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지방유세를 다니면서도 대중 앞에서 목이 쉬어가며 마이크 없이 육성 발언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한 위원장은 최근 거리 인사에서 "아직 선거법상 마이크를 쓰지 못한다"며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규정이지만, 법을 지키고 법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이 대표도 최근 거리 인사 중 마이크를 사용해달라는 시민의 요청에 "지금은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라서 마이크로 선거운동 행위를 하면 내가 다시 또 잡혀간다"고 답하기도 했다.여야 후보들은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나 현장기자회견 등 자리를 빌려 지지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노골적으로 특정인의 당선이나 낙선을 주장하는 선거운동 행위로 판단될 경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보수 원로 박찬종 전 의원은 지난 12일 나경원(서울 동작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마이크로 발언하던 중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마이크를 뺏기자 "이런 빌어먹을 선거법"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후보 이름과 기호를 적은 피켓 등 `표지물` 규정도 까다롭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기간 전이라도 예비후보나 후보가 직접 몸에 입고 두르거나 쓰는 것, 또는 신체 일부와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표지물을 활용해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표적인 표지물인 피켓을 활용할 경우 후보의 신체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목걸이로 피켓을 걸거나, 발등 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피켓을 몸에 붙인다고 한다.최근엔 판다 `푸바오` 탈과 복장을 한 예비후보에 대해 선관위가 표지물 관련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국민의힘 홍정석 전 용인을 예비후보는 통화에서 "지역에 에버랜드가 있고 닮기도 해서 푸바오 탈과 복장을 했더니, 선관위가 표지물 규정에 맞지 않다고 해 탈만 썼다"며 "선거법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다"고 말했다.선관위 관계자는 "표지물은 자신과 다른 후보자를 구별하게 하는 표시나 특징을 드러내는 물건으로, 선거기간 전엔 길이와 너비가 각 100㎝ 이하여야 한다"며 "푸바오 탈은 규격에 맞지만, 푸바오 복장은 규격 제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사용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최근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사소한 행동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국민의힘 김은혜(분당을) 후보는 선거 운동복을 입고 마을버스에 올랐다가 선관위로부터 서면경고 조치를 받았고, 민주당 안귀령(서울 도봉갑) 후보는 지역 노래교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노래했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4일 대전 거리 인사 중 한 예비후보의 피켓을 들어달라는 요청에 "선거법 검토했나"고 호통을 치며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현행 선거법의 선거운동 규제가 후보들의 `숨소리`까지 규제할 만큼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국내 선거운동 규제가 과도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풀어줄 필요가 있고, 2주밖에 안 되는 선거운동 기간도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들을 고려해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 의견을 꾸준히 내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관련 법 개정을 제안했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결국 국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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