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를 몰지 않는 사람은 별종 취급 받는다.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연령 이상이면 남녀를 막론하고 거의 모두가 승용차를 운행한다. 웬만한 가정에서는 성인 가족 수와 자동차의 숫자가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늘어나는 자동차를 관리하기 위해 세대별 일정 대수 이상의 차량에 대해서는 별도 주차 공간을 배정하는 등 특별 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으니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시내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고집하는 것을 답답해한다.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다. 이 바쁜 세상에 어찌 자동차 없이 생활이 가능한지 신기하게 생각한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융통성 없으며 고루한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긴 긴 터널 하나를 지나 머나먼 길을 꾸역꾸역 시내버스를 타고 매일 왕복하고 있는 나를 요새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 할 수 없는 아주 특이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운전면허증을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고 불편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다소 입장은 달라도 전문 사이클 선수 못지않은 차림으로 멋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준비하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 대단한 결단력이 필요할 것 같다.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 배경에는 체력관리 등 남다른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특별히 운동할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으리라. 자동차가 편하고 용이하다는 것은 잘 안다. 바쁜 현대 생활에서 기동성이 생명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승용차로 10분이면 가는 곳을 30분 이상 걸려서 도착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남보다 많은 시간을 내야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고충은 있지만 자가 운전자들이 모르는 즐거움도 있다. 적어도 내게는 차를 운전하는 시간은 근무의 연장이지만 차를 타는 시간은 휴식이다. 우선 다양하고 친근하며 소박한 이웃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승객들은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학생, 젊은 직장인, 주부가 대부분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차를 타고 있지만 생각이 다르고 행선지도 다르다. 잠시 어떤 인연에 의해 같은 차에 함께하고 있을 뿐이다. 정돈되지 못하고 소란스러운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서너 대의 휴대전화가 통화 상태에 있다. 여기저기 다양한 벨소리가 마구 터진다. 몸은 버스 안에 있지만 마음은 바깥 세계에 있는 것이다. 통화 상대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독백처럼 들린다. 다른 승객을 의식하지 않고 제 멋대로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 대는 사람도 있다. 남이야 불편하건 말건 신경 쓸 바가 아니다. 소리를 낮추기는커녕 앞 사람의 뒤통수에다 대고 속사포처럼 험한 말을 마구 쏟아 낸다. 자기네들끼리만 통하는 뜻 모를 말을 끝도 없이 내뱉기도 한다. 무슨 사연이 그렇게도 구구절절 길고 많을까. 일단 한 번 시작했다하면 10분은 기본이고 20분 30분이 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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