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나라 제16대 임금인 환공(桓公)은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삼고 제나라를 강대한 나라로 만든 군주이다. 그가 고죽국(孤竹國)을 칠 때 길을 잃어버리고 본대를 찾지 못하여 방황하게 되었다. 때는 호한(沍寒)이라 기온은 차가운데 행군 도중에 잘못하여 길을 해매이게 되었다. 장병은 장시간 방황하는 행군에 지쳐서 기진맥진하여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병마를 타고 험준한 산악에서 적과 싸워야 하는 전투에는 뜻밖에 복병을 만나게 되고, 싸우다 보면 전세가 불리하여 쫓기게 된다. 그래서 쫓기다 보면 작전상 혼란이 생겨 실도(失道)를 하여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더구나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는 시지각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아무것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될 때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다급한 상황을 당하여 제상 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하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말을 풀어 놓아 앞세워서 가게 하면 노마(老馬)가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관중의 아이디어가 일의(一意)가 있는 것 같아서 모두가 그렇게 말이 가는 길을 따라가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 고사가 ‘노마지도(老馬知道)’라는 유명한 말의 어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늙은 말이라는 것이다. 늙은 말이 중요하다는 것은 노마가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죤 듀이도 경험의 재구성이 교육이라 하면서 경험을 통해 검증되지 못한 지식은 올바른 지식이 아니라고 하면서 경험을 중요시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지만, 요즈음 사회에서는 경험을 많이 가진 나이 많은 사람들을 “짜 먹을 대로 다 짜 먹었다‘고 용도폐기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나이 구질(九耋)이 되어도 왕성한 의욕과 건강을 유지하면서 젊은이를 능가하는 경우가 허다한 데, 그 나이에 사회적 봉사를 해보려고 뜻을 보이면, 나이라는 세령(歲齡) 만 보고 ‘과욕이다’. ‘노망들었나’ 하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폄하(貶下)하는 것을 볼 때 그것은 잘못이라 생각된다.   늙은 말도 다급한 상황에서는 인간을 능가하는 경험을 통한 통찰의 안목을 가졌는데, 하물며 오랜 사회적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성을 소유한 현로(賢老) 들을 무분별하게 사회적 무용도의 폐인으로 규정해 버린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백전노장(百戰老將)이란 말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느껴 볼 수 있지 않은가.   사회는 어느 특정 세대로만 이루어진 단층이 아니고, 여러 연령이 조화롭게 형성된 불가시적 복합 계층이다. 이와 같은 복합 계층에는 코드가 맞는 한 단층의 세대만으로 영위될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의 파업적 출산기피 현상으로 인구의 단층 구조가 불안정한 역(逆)피라미드(pyramid) 모형으로 바뀌고 있어서 노인층이 두꺼워지는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음을 볼 때, 노인도 젊은 세대들에게 의존하거나 소외당하는 것을 개인적 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여겨진다.   이제는 국가적 안목으로 다시 보면서 쓰레기를 분류하듯이 스스로 재활용의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노마지도가 아니고 노인지도(老人知道)임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마음이 사회의 재생과 번영을 가져오는 진정한 애국심이 아닐까.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경험이 많은 다선의 전•현직 의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다시 봉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 자원 인사가 각 정당의 공천에서 노령이라는 나이 변인(變人)으로 인해 컷오프(cutoff)가 예상된다면, 지능적 위성정당을 찾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선명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보국 위민의 숭고한 뜻을 펴는 것이 어떨까. 왜냐하면 당선의 종국적 컷오프는 입후보자가 쌓은 다양한 경력의 위공적(爲公的) 가치를 살펴서 각 정당(政黨)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유권자인 국민이 투표로써 결정하기 때문이다. 양당의 대립적 소란한 세속적 잡음에 지친 유권자는 무소속을 선호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 다양한 세대로 이루어진 국회가 국민을 위한 진정한 하모니에 의해 세대 간 시끄러운 갈등을 해소하고 국태민안을 이룩할 수 있다고 사량(思量)되기에, 노인지도의 위공적 가치가 이번 총선을 통해 바르게 인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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