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로 손이 시리다. 집앞에 위치한 호숫가를 산책하다 말고 무심코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가 손끝에 닿았다. 꺼내 보니 5만 원권 지폐였다.    ‘무슨 돈이지?’ 돌이켜보니 며칠 전 호수 산책을 나가며 커피를 사 먹을 요량으로 넣어둔 지폐였다는 게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마치 공짜 돈이 생긴 기분이었다. 호수 근처에 위치한 커피숍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따끈한 커피를 사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그 돈을 운동복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전과 달리 빠른 걸음으로 호숫가 남은 거리를 걸었다. 산책을 마친 후 그 길로 마트로 향했다. 마침 딸기가 먹음직스러워 딸기 한 팩을 구입한 후 계산을 치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불과 몇십 분 전까지만 해도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돈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인을 알겠다. 손이 시린 나머지 바지주머니에 손을 몇 번 넣었다 빼기를 반복할 때 돈이 손에 딸려 나와 땅바닥에 흘린 것이었다. 잃어버린 돈은 이미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포기할까 했다. 그러나 5만 원은 적은 돈은 아니다. 아까운 생각에 종전에 걸어온 호수 길을 되짚어 가보았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디에도 흘린 돈은 없었다. 마침 바람은 찼지만 날씨는 쾌청하여 호수 둘레 길엔 많은 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속이 상했다. 한참을 힘없이 터덜터덜 걸었다. 이때 둘레 길 도로 옆에 작은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실은 허리 굽은 할머니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 ‘그래 누군가가 길에 떨어진 5만 원권을 발견하곤 주웠을 거야. 그 주운 사람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 분이거나, 아니면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일거야.’라는 생각을 애써 떠올리자 갑자기 온몸에 힘이 솟는 기분이었다.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내내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사먹는 기회를 길 위에 놓고 왔기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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