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는 바닷물에서 살 수 없으며, 반대로 바다 고기는 민물에서 살지 못한다. 그리고 연어과에 속하는 `산천어` 등은 오염물질이 거의 없는 1급수 에서만 서식하지만 `붕어`나 `미꾸라지` 같은 민물고기는 혼탁한 3급수에서도 곧잘 생육하는 고기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어종(魚種)이든 간에 물을 떠나 살 수 있는 고기가 없듯이, 사람 역시 1급 환경에서만 사는 사람들이 있고, 3급 이하의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나마 적응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법과 정치라는 사회 환경을 떠나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가 혼탁하다 하여 무인도의 삶을 고집할 수만은 없는 것처럼, 정치가 혼탁하다 하여 `정치`라는 권력이 미치지 않는 개인의 삶이 존재할 수 있을까?  따라서 정치란 싫든 좋든 우리가 선택하고 적응해야 할 제도적 환경일 뿐, 정치를 떠난 삶은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어떤 이들은 마치 1급수에 서식하는 `산천어`처럼 `나는 저 하류의 3급수에나 서식하는 `미꾸라지`가 아니기에, 혼탁하게만 보이는 정치와 선거 따위에 관심이 없고, 나 홀로 독야청청하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겠지만, 정치에 관심을 거두고 투표마저 포기하는 사람들은 우리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조차 없으며, 타인들의 결정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 버리는 대단히 무책임한 사람들이라 탓하고 싶어진다. 정치적 이유로 발발한 한국전쟁의 참혹함을 체험했고, 대한민국 초대 정권부터 현재에 이르도록 정치적 사회적 격동기를 살아온 사람이기에, 정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이며, 위정자의 역량과 철학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또 어떤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세습에 의한 권력이든 무력에 의한 권력이든, 피선된 권력이든 간에 권력은 사유물이 아니며, 어차피 공동체 구성원들이 특정인에게 위임하고 부여한 한시적 권한일 뿐이건만 권력자들은 늘 그 권력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망각함으로써 공분(公憤)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고, 드디어는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언젠가 내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치`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치인과 공무원 모두가 공공의 이익에 복무해야 하는 공복이긴 하지만, 공무원은 비록 직업적일지라도 정치인이 다만 자신의 생계를 목표로 하는 정치를 하게 되면, 필시 공익과는 거리가 먼 정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긴데 어떤 철학과 자질, 어떤 인격을 가진 사람인지는 불문하고, 상품의 포장지와 전혀 다르지 않는 스펙이나 출신 관문 내지 입고 있는 옷의 색깔만으로 정치인을 선출하는 한, 피선출자 뿐만 아니라 선출자 모두의 무덤을 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일례로 특정지역에서는 똥 막대기에 특정 색깔의 옷만 걸쳐놓아도 당선된다는 말까지 있는데, 선거는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정치를 혐오하기 전에 혐오스러운 정치를 누가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 그런 황당하기 짝이 없는 기준의 투표를 함으로써 선출된 사람들을 놓고 정치를 탓하는 것은, 마치 쥐약인 줄 알면서 쥐약을 먹고 배가 아프다는 투정과 무엇이 다를까 그 말이다. 우리가 정치인을 선출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무식하지만 자신이 무식한 줄 모르는 사람, 그리고 반대로 지식은 많지만 지성이 없는 사람, 지능은 높지만 지혜가 없는 사람, 언행이 전혀 일치가 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또 정치를 오로지 자신의 생계수단 내지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임을 모두가 알면 좋겠다. 그걸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당신은 바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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