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농촌 마을에서는 굴삭기를 움직여 농가 주택을 철거하고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은 ‘또 헐리는 구나’하고 한 마디씩 한다. 지은 지 50여 년 되는 집이다. 흙벽돌로 된 집이나 꽤 넓고, 중간의 새마을 운동 때 지붕을 기와로 바꾼 덕에 아직도 살기엔 부족함이 조금도 없는 집이다. 이 집은 동네 끝자락에 자리한데다 정 남향이어서 겨울에도 유달리 따뜻했고, 좌 청룡 우 백호의 풍수지리학적 명당자리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이다. 불행히도 이 마을은 1970~80년대의 이농현상이 급격하게 발생한 이후 마을은 반으로 줄었다. 그 동안 철거된 집이 많았고, 올 가을 들어서만도 세 집이 철거됐다는 것이다. 모든 농촌 마을이 지금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엊그제의 일은 아니다. 마을마다 60세 이하의 젊은이(?)는 거의 없다. 고샅에 보이는 사람들은 죄다 허리가 굽은 노인들뿐이다. 수도권의 사정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빈집이 생기면 사들여 다른 용도로 이용하려는 도시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남권의 농촌은 하루가 다르게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십수 년이 지나 노인들이 이승을 떠나면 농촌 마을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농촌에서는 입주할 사람이 없어서 빈집을 허물고 있는 판국인데, 수도권에서는 내 집 한 칸을 마련하지 못해서 서민들이 ‘집값 스트레스’라는 시대병을 앓고 있다. 무슨 이런 정치가 있단 말인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입으로는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하지만 지내고 보면 부동산 업자들의 배만 불려주었기 때문이다. 주택 문제에 관한 한 한쪽에서는 주거 개념을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공급 개념을 강조한다. 정부 안에서조차 손발이 맞지 않는다. 정책 실패는 뻔한 일이다. 늦지만 이제부터 농촌 문제 좀 고민해야 될것이다. 그 동안 농촌을 살리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아무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했다. 도시의 실업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꺼린다. 당근이 없어서 그렇다. 반파 농가의 철거비용 지원도 좋지만 귀농 희망자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유인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국유지를 임대해 활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한다든가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언가 정부를 믿을 수 있는 조처를 취한다면 실업자의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농촌을 지금 같은 일종의 노인정 전시장이 아니라 활기 넘치는 역동의 새 터로 바꾸어야 한다. 대책 없이 헐리는 빈집이 너무 아쉽다. 사회2부장 박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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