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이달부터 직원들에 대한 근무평정을 시작한 가운데 `짬밥·나이순으로 지칭되는 연공서열제` 우선인지 `일 잘하는 공무원의 성과중심제`인지 인사 기준을 두고 공직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특히 경주시는 최근 감사원 정기감사에서 직원 평정과 관련해 임용권자의 부당 지시로 주의 처분을 받은 것이 드러났고, 또 지난 3월말 5급 승진 인사를 두고 연공서열제를 지적하는 불만 글이 터져 나오면서 일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사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다. 경주시는 이번 주부터 시작해 6월 초 발표까지 5급 이하 읍면동 및 사업소, 본청 등 전 직원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을 실시한다. 평정은 승진 인사 등에 직결되기 때문에 인사철마다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불만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앞서, 지난 4일 감사원은 경주시장이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3번의 5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평정 기간 동안 이미 확정된 평정단위별 서열명부 순위를 변경하도록 하는 부당 지시를 해 평정자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이에 대해, 당시 주낙영 시장은 "근무성적 평정 실태를 지켜보면서 주무과·팀 위주의 연공서열과 연고주의에 입각한 불공정한 평정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탁월한 업무성과를 거둔 직원에 대해서 상향 조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하지만 최근 치러진 경주시 5급 사무관 승진 인사는 이와는 반대로 `나이`·`고참` 순 등의 연공서열제를 지적하는 내부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경주시는 지난 3월 29일 5급 사무관 13명을 뽑는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퇴직준비교육자(공로연수)에 따른 인사요인이 발생하면서 6급 팀장 13명을 5급으로 승진시켰다.그러나 인사 발표 하루 만인 지난 3월 30일 오전 경주시청 내부 직원게시판에는 `경주시가 청렴도평가 2년 연속 1등급에 걸맞은 건강하고 공정한 조직이 맞는가`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글쓴이는 이번 5급 인사에서 탈락한 A팀장으로 본인이 근무평정순위 1위, 직원 청렴도평가 1위를 받았지만 이번 인사에서 탈락해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파악됐다.A팀장은 직렬 마다 인사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등 이번 인사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퇴직기한)6개월 짜리 국장·사무관 발탁하는 나이순의 인사`, `경주 지역 특정 성씨와 문중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승진 약속`, `인사위원장의 친인척 승진 발탁`, `국 단위 평정시 인사권자 사열` 등의 의혹을 주장했다.이달부터 치러지는 근무평정과 관련해서도 "이번에도 국 단위 평정시 인사권자께 사열 받고 하는지 무척 궁금하다"며 "제발 연공서열 하지 말고, 일 열심히 하는 동료분들을 공정하게 평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그러면서 "승진은 조용한 부서에 있어도 상관없고 직원 청렴도가 평가 최하위라도, 나이 먹고, 경력이 쌓이면 알아서 시켜준다"며 "열심히 경주시 조직을 위해서 생활하시라"고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이후 하루 만인 지난 4월 1일 A씨는 `짧은 생각으로 경솔한 행동을 했다. 사죄드린다`는 사과글을 올리며 게시글을 삭제했고, 경주시 고위 관계자 또한 "A씨가 주장한 나이순의 인사, 친인척 승진 발탁 등 각 항목의 내용 모두가 어느 하나라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A씨 본인 스스로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 사과했다"고 해명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내부 폭로글이 게시되면서 전체 평정을 앞둔 경주시청 공직사회는 MZ세대라 불리는 일부 청년층 직원들을 중심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익명을 요구한 한 시청 직원은 "인사철마다 이런 게시글이 종종 올라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개인이 아닌 인사 전체를 비난하는 문서화된 불만 글은 처음 본다"면서 "(연공서열제 비판에 대해서) 말들은 못하고 쉬쉬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번 사건을 응원하는 직원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행안부는 현재 지방공공기관에 대해서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관리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그동안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관리는 승진·보수 등이 근속연수 기반으로 결정되다 보니, 인사관리의 체계성과 합리성이 미흡하고 젊은 세대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며 인력 활용 및 조직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었다.이를 해소하고자, 최근 `일 잘하는 공무원의 승진 기회 확대안`을 발표했다. 실례로 승진소요 최저연수 단축으로 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은 근무 연차가 짧더라도 승진임용할 수 있도록 계급별 승진소요 최저연수를 대폭 단축(9급→4급 : 13년 → 8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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