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타인과 더불어 사는 것을 그 본성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의 원칙, 자기의 이상, 즉 참되고 아름답고 선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위하여 살고 있다. 인간의 생각과 심성과 지혜가 고르지 못한 것에 차이를 둘 뿐이다. 사람은 이 땅에 던져진 신조어(새로 만든 말)로 ‘아는 바보’라는 이상한 뜻을 가진 용어가 생겨났다. 인간 생활에서 유행처럼 번져가는 말로, 모든 사실을 분명하고 상세하게 일고 있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않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바보’는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으로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구별 짓지 못함을 얕잡아 쓰는 말이다. ‘어리석다’는 슬기롭지 못하고 둔한 것이고, ‘멍청하다’는 것은 사물을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이 흐리멍텅한 것이고, ‘둔하다’라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느리고 미련(깨우침이 늦고 재주가 모자람) 하다는 것이다. 성서 ‘잠언서’에, 미련한 자를 곡물과 함께 절구에 넣고 공(절구대)이로 찧을 지라도 그의 미련은 벗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성격과 습관 그리고 천성 탓이라 한다. 우인(우자)은 어리석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많은 사실을 알면서도 어리석은 체할 줄 안다는 것은 지혜로운 자요, 그런 것이 현명한 일이다. 성인동화에, 어리석고 둔한 우인인지, 바르고 현명한지를 구별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내용은 친한 사이의 두 청년이 석반을 끝내고 늦은 시간에 만났다. 한 청년이 감탄스런 말로 “아침에 떠 있던 해(태양)가 아직도 우리 동네를 밝히고 있네.” 그러자 또 한 청년의 대꾸로 “야 바보야, 그 해는 벌써 서산에 넘어갔고, 저건 해가 아니고 보름달이야” 아침부터 지켜봤다는 청년과 새로 뜬 달이라고 승강이를 부렸으나 판정할 자가 없었다. 겨우 두 사람의 합의는 이곳을 지나는 과객(행인)에게 묻기로 했다. 한참 후 한 행인에게 “지금 하늘에 떠있는 저 물체가 해입니까, 달입니까” 하고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그 대답이 참 가관이다. “나는 이 동네에 안 살아봤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했다. 우문현답(어리석은 물음에 현명한 대답)이다. 어리석은 사람도 잠잠하면 지혜로워 보이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슬기로워 보인다는 성경의 가르침이 있다. 어리숙한 사람은 무슨 말이나 믿지만 생각이 깊은 사람은 헛된 행동은 삼가한다. 현인은 어진 사람으로 덕행(어질고 착한 행실)의 뛰어남이 성인(聖人) 다음가는 현자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인의 목표는 환락과 획득에 있지 않고, 고통의 회피에 있다고 한다. 법(法)이 파괴되더라도 그가 사는 방법이 일관(한결같다)이라 한다.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쇠로 만든 연장) 맞는다-너무 남 앞에서 잘난체, 아는체 하면 봉변을 당하며 사람이 너무 잘나면 풍상(세상의 모진 고난이나 고통)을 겪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고 잔소리 없이 입이 무거운 사람을 두고 ‘점잖다’고 한다. 여성이 가장 싫어하는 남성은 쓸데없이 끼어들고, 한는 일에 간섭하는 사람이라 한다. 현인 (현자)는 미지의 것, 불가능의 것을 찾고 기다리며 모르는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다. 현명한 자는 자연의 부(풍족함)를 열심히 구하고, 자기가 현명하다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 사람이라 한다. 인도의 경전인 ‘법구경’에, 어진 사람은 뜻이 굳세어 비방과 칭찬 속에서도 결코 움직이지 않으며, 적(원수)이 없고 근심을 버리는 착한 신앙이라 한다. 사람은 만일 자기를 사랑하거든 모름지기 삼사 자기 자신을 보호하라 했다. 지혜 있는 사람은 하루에 세 때 가운데 적어도 한번만은 자기를 살피라 했고, 세상이 괴롭다고 우자를 피하는 것은 깨달은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사람을 가리지 말라 한다. 현인은 필경 형극의 길에도 장미 꽃을 피우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형극’이란 원래 나무의 가시인데 고난이나 장애 따위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중국 격언에 현자는 자신에게 어리석은 자는 타인에게 묻는다.현인은 자신의 지식을 감추지만, 우인은 자기의 미련을 전파(남에게 알림)한다. 현명한 자는 처음을 말하면 그 끝을 안다고 하지만 타인의 결점을 보고 자기의 결점을 고친다. 그런 사람이 곧 현자요. 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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