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학자인 격암 남사고(1509~1571)는 효성이 지극하고 청렴하기로 이름이 난 학자이다. 그는 역학, 풍수, 천문, 관상에도 능하여 많은 예언들을 하였으며 그 중 상당 부분이 적중하였다고 한다. 서울의 산 이름을 보고 당파싸움이 일어날 것을 예언하였고 명종 19년에는 ‘내년에 기필코 태산을 봉하리라’ 하여 이듬해 문정왕후가 죽어 태릉에 장사지낼 것을 예언했으며 심지어 하늘의 별을 보고 자기의 죽음까지도 예언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세상의 여러 가지 일들을 정확하게 예언하였기에 조선조에서는 학자 및 유명한 예언가로 이름을 떨쳤다. 저서로는『격암유록』『남사고 결록』등이 있으나 실제 남사고가 쓴 책인지는 분명 하지가 않다.   풍수, 역학, 천문 등 다방면으로 해박한 그에게도 풍수가에서는 구천십장(九遷十葬)이라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내용인즉, 천하의 유명한 남사고가 세상 앞일을 정확하게 예언하고 특히 풍수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으나 자신의 어머니도 명당에 모시지 못했다고 전한다. 구전에 의하면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름대로 명당을 구해 장사를 지냈으나 후일 그곳에 와서 다시 보니 명당이 아니었다. 다시 명당을 구해 이장하고 다음에 와보면 역시 명당이 아니었다. 이러기를 아홉 번을 반복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구천십장(九遷十葬)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형국)의 대지를 구해 어머니의 유골을 안장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옆에서 밭을 갈던 한 농부가 노래를 부르면서 말하기를 “아홉 번을 옮기고 열 번을 장사한 구천십장(九遷十葬) 남사고야 용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형국인 비룡승천(飛龍昇天)형 좋아하지 마라. 그곳은 죽은 뱀을 나무에 걸쳐놓은 형국인 고사괘수(枯蛇掛樹)형이 아니던가?” 하거늘, 이 소리를 들은 남사고가 깜짝 놀라 다시 어머니의 묘소로 달려가 산형(山形)을 살펴보니 과연 사룡(死龍)이였다.   그래서 급히 내려와 조금 전 밭을 갈던 농부를 찾아가니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남사고가 탄식하기를 “길지(吉地)란 필히 주인이 있는 법이니 평소 덕을 쌓지 않는 어머니를 억지로 명당에 모시려고 해도 되지를 않네. 길지란 적선과 적덕을 쌓은 자만이 하늘에서 내려주는 땅이고 명당 길지란 아무나 얻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하면서 모든 욕심을 버리고 무해지지(無害之地:득도 해도 없는 땅)를 찾아 이장하였다고 한다. 이래서 진혈대지(眞穴大地)는 천장지비(天藏地秘), 천리래용(千里來龍)에 일석지지(一席之地)라 하였다.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기고 천리나 긴 용에서 한 자리뿐인 진혈지를 적덕의 공을 쌓지 않고서야 어찌 내 것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격언이 풍수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풍수 고서에서도 하나같이 덕을 쌓음은 길지를 구하는데 있어서 근본이 된다고 강조하고 덕을 쌓지 않고 길지를 구하려고 하는 것은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고 가을에 수확하려는 이치와 같다고 하였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