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널다가 생각했지식어버린 심장을 꺼내햇볕에 말릴 수 있다면썩어가는 폐를 세탁해깨끗하게 말릴 수 있다면옥상에서 빨래를 널다가 생각했지사람의 마음도 세탁이 된다면그 마음을 소독해햇볕에 깨끗이 말릴 수 있다면얼마나 좋을까하고,젖은 빨래보다더 젖은 내 몸을빨랫줄에 널고 내려오는일요일 아침 -한영식, `빨래를 널다가`   한영식 시인은 맑은 언어의 결로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다. 최근에 낸 `장애인 복지관`이란 시집은 한국의 장애인 문학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소중한 시집이었다.  그의 시는 장애를 가진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을 간절하게 노래해 공감을 얻고 있다.   시인은 말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장애인이라고. 세상을 떠날 때도 그렇다"고 노래 한다.   그렇다. 누구나 언젠가는 장애인이 된다. 시인은 연작시 `장애인에 관한 기록`에서 시각장애인, 지적장애인, 지체장애인, 뇌경변 장애인 등등, 고통 속 삶의 고뇌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묘사하는 시를 쓴다. 마땅히 시인의 할 일이다.  `빨래를 널다가`는 설명이 필요 없는 시다. 빨래를 널다가 누구나 한 번씩 상상해 보는 생각이다. 그 생각을 시인은 약간 각도를 비틀어서 새롭게 보고 있다. 결국 마음의 눈으로 시인은 사물을 본다.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을 우리는 보고 있다. 더러워진 우리들의 심장을, 우리들의 더러워진 허파를, 세탁해서 깨끗하게 빨래처럼 말릴 수 없을까? 그것은 무엇을 말함일까? 더러워진 세상을 빨래처럼 깨끗이 세탁하고 싶다는 시인의 메시지가 아닐까.   `사람의 마음도/세탁이 된다면/그 마음을 소독해/햇볕에 깨끗이 말릴 수 있다면/얼마나 좋을까/하고/ 젖은 빨래보다 /더 젖은 내 몸을/빨랫줄에 널고 내려오는/일요일 아침`  젖은 빨래보다 더 젖은 내 몸을 빨랫줄에 널고 내려오는 시인의 아침! 독자여! 빨래보다 더 젖어 무거운 시인의 마음이 보이는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답답한 영혼이 보이는가? 못난 생각을 하는 이 나라 정치가들의 질 나쁜 행태는 세탁할 수 없는가? 답답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한 요즈음이다. 시인이여 맑고 아름다운 정신으로 혼탁한 이 시대를 정화하는 시대의 소금이 되어 빛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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