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역면적 남한의 45%, 물줄기 7백리.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온 문화의 터전,낙동강... 시인 김용호는 그의 장시`낙동강`에서 `낙동강아/ 칠백리 구비구비 흐르는 네 품속에서/ 우리들의 살림살이는 시작되었다`고 읊었다. 유치환 시인도 `겨레의 어머니여/낙동강이여 / 낙동강의 어진 흐름이여/ 차라리 너는 순탄하고 가난한 겨레와 더불어 낙동의 가람이여/ 영원한 겨레의 젖줄이여/ 사랑이여,노래여` 라고 낙동강을 찬미했다. 지금 그 낙동강이 엄청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민족의 젖줄이면서 근대화, 산업화의 동력이었던 낙동강. 그로인해 온갖 오물과 산업폐수를 실어 남해바다로 쓸어 부었던 오염되고 손상된 만신창이의 강이 새단장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돌이켜 보면 낙동강은 산업화 이후 단 한번도 신음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발원지의 생활하수로 오염됐고 대구지역의 공장폐수가 강을 멍들게 했다. 안동댐과 남강댐이 건설되기 전에든 늘 홍수와 범람으로 홍역을 앓던 강이다. 민족의 젖줄이면서 때로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주었던 강을 살리겠다는 공사가 지금 한창이다. 지난 13일에는 낙동강 주변 생태공간조성사업 설명회가 구미에서 열렸다. 낙동강 구간에 12곳의 거점생태공간을 조성하되,7곳을 경북지역에 조성한다는 국토해양부의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밑그림으로는 역사경관, 지역경관, 구조물경관, 순수경관거점 등을 거점별로 특화시킨다는 것이다. 구체적 계획은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겠다는게 국토부의 방침이고 경북도는 차제에 낙동강 7경이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당연한 계획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좋은 계획에 몇가지 훈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단순한 생태공간이 아니라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어야 한다. 낙동강 유역은 구석기는 물론 신석기 문화가 가장 먼저 유입된 곳이다. 지금도 칠곡, 안동, 구미등 곳곳에 유적이 남아 있다. 청동기와 초기 철기문화가 꽃피었던 곳이기도 하다. 광활한 유역면적으로 인해 농경문화가 발달했던 곳이다. 최근에는 산업화와 근대화의 중심이었으며 그로인해 낙동강은 중병을 앓기도 했다.낮은 경사도때문에 유속이 느려 강은 수시로 범람해 주민들에게 아픔을 준 역사도 안고있다. 6.25와 임진왜란의 중심에 영덕에서 안동, 상주와 경남의 진주로 이어진 낙동강 방어선은 피아간에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전선이었다.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서 낙동강을 방어선으로한 국군은 `낙동강아 잘있거타 우리는 전진한다`며 반격ㅇ의 전열을 가다듬은 곳이 바로 낙동강이다.낙동은 우리의 역사라 해도 과언니 아니다. 생태공원에 낙동강의 역사를 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번째는 문화와 예술이 있는 공간이 반드시 조성돼야 한다. 낙동강으로 인해 잉태되고 꽃피운 문화는 곧 우리민족의 문화요,문화재이다. 한류, 그 자체이다. 그기에는 문학이 있고 공연이 있고, 그림이 있고 노래와 춤이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영남학파의 본령이었고 지금도 그 문화, 예술적 유산은 살아 숨쉬고 있다.안동 하회마을은 유네스코에 등록돼 있고 유교문화는 경북의 오랜 정신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한 문화와 예술을 집대성하고 찬연히 꽃피울 공간 또한 낙동강변 거점특화 지역에 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세번째는 낙동강을 공유하고 있는 경남등 12경중 남은 5경을 조성할 지역과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나 투자면에서 상호 보완하고 연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똑같은 테마의 생태공간을 양쪽이 모두 만든다면 낙동강이 갖는 의미가 퇴색된다. 큰 줄기, 조성공간의 맥은 낙동강이다. 낙동강 7백리 유역 12곳의 경관이 모두 특색있고 일관성 있는 흐름을 갖는 것은 조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강 8경과 금강의 그것과 차별화 되고 조화로운 생태공간을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경북의 랜드마크이며 낙동강의 정체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낙동강이 생태공간으로 바뀐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이다. 어쩌면 강이 안고 있는 태생적 문제점을 크게 해소하는 전환점이다. 일각에선 강살리기가 생태계를 죽이는 일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낙동강에 관한한 계획대로라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그곳에 12곳의 생태거점 특화지역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화적 인프라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는 것이다. 변린 (객원 논설위원. 수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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