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가 15일 '끝장 밤샘토론'을 마친 뒤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다. 우리는 침묵했다"면서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이태원 참사에서 비친 공감 부재의 정치, '연판장 사태' 분열의 정치, '강서 보궐선거' 아집의 정치, '입틀막' 불통의 정치,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회피의 정치" 등을 꼽으며, 공정과 상식이 돌아오도록 용기 있게 행동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4·10 총선 참패 이후 여당 내에서 성찰과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긴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주로 수도권 험지에 도전했던 30·40대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이 모임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이어진 토론 끝에 내놓은 '반성문'은 눈길을 끈다.
이들 소장파의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한 진단이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대체로 그간 당 안팎에서 제기돼 왔던 인식과도 비슷한 시각이다. 다만 주목받는 것은 그간 총선 패배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뚜렷한 쇄신의 움직임이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한 채 오히려 무기력한 모습만 노출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움직임이라는 점 때문이다. 민주 정당에선 다양성과 활력이 중요하지만 그간 여당은 그러지도 못했다. 총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직적 당정 관계가 정치적 논란이 되어 왔고, 이 때문에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라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제 범야권 의석이 190석을 넘게 된 22대 국회의 달라진 정치 지형에선 여당으로서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각인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국민의힘이 처해 있다. 당내 소장파의 역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아직 국민의힘의 변화는 체감할 수 없다. 비대위에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다수 차지하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인선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여당 내에선 선거 참패를 반성하고 당의 쇄신과 혁신을 고민하기도 바쁠 터인데, 정작 관심은 벌써 차기 당권에만 쏠리고 있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관리형 비대위'이긴 하지만 황우여 비대위가 최소한의 쇄신 마중물 역할이라도 해야 할 터이지만 그럴 수 있을진 미지수다. 반성문을 낸 소장파들이 눈치 보지 않고 당내에서 쓴소리를 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며 활력을 불어넣기 바란다. 그래야 변화의 추동력도 생길 수 있다. 첫목회의 반성문이 말에 그친 성찰이 아닌 진정성이 담보된 행동으로 이어질지 주목해 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