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새 수장을 뽑는 7·23 전당대회를 향한 경쟁의 막이 올랐다. 지난 21일 윤상현 의원에 이어 23일 오후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릴레이로 출마를 선언했다. 저마다 위기의 국민의힘을 살려내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쇄신과 비전 경쟁보다는 벌써 계파 간 대립 양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4파전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실질적으로는 '한동훈 대 반(反)한동훈'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한 한 전 위원장은 '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을 뜻하는 '어대한'이라는 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초반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다"며 사퇴했던 총선의 총괄책임자가 두 달 반 만에 재등판하는 데 따른 정치적 명분이 논란이 된다. 그럼에도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명분으로 당의 체질을 일신하고 윤석열 정부와도 일정하게 차별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대목은 주목해볼 만하다. 한 전 위원장은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장관, 윤상현 의원 등 나머지 당권 주자들은 '한동훈 대항마'임을 자임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책임지겠다"며 당의 단합과 당정 간 '원팀'을 강조했다. "신뢰가 있어야 당정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고도 했다. 나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국민의힘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 염치없는 정치에 맡길 수 없다"며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윤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기는 당이 되려면 당이 분열하면 안 되고, 대통령과 당이 갈등하면 안 된다"고 역시 한 전 위원장과 차별화했다. 선거 전략상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이들 주자가 쇄신 의지와 미래 비전을 부각하기보다 선두 주자와의 대립각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행보는 소망스럽지 못하다.내달 전당대회는 총선 참패 이후 난파선이 된 국민의힘 항로를 좌우할 결정적인 정치행사다. 당의 미래 비전과 쇄신 방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 무기력하고 안이한 '영남·웰빙정당'의 이미지를 어떻게 환골탈태할 것인지, 당정 관계를 어느 방향으로 재정립할 것인지, 거야를 상대로 어떤 방식의 협치를 이끌어 낼 것인지가 중심 화두가 돼야 한다. 윤 대통령과의 거리에 따라 '친윤·비윤·반윤'으로 나뉘거나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에 따라 '친한·반한'으로 분열하는 행태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뿐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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