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리튬 전지공장 화재는 인재(人災)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틀 전 불량 배터리 폭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신고조차 않고 무더기로 적재한 채 포장 작업을 계속한 업체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여러 차례 리튬 전지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정부의 화재 안전관리 기준조차 없어 그 결과 이민 노동자. 18명을 포함해 23명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   순식간에 연쇄 폭발로 번진 화염을 피할 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리튬 전지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는 물론 모바일·전기차 시대에 없어선 안 될 ‘하얀 석유’로 불리지만 화성 참사로 배터리 주요 생산국인 한국이 안전 취약국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는다. 외신들도 “한국은 첨단 기술과 제조업으로 유명하다고 해도 화재 예방은 후진국형임을 꼽았다.   이번 전지공장 참사는 중대 재해 처벌법 시행 2년 6개월 만에 역대 최다 인명 피해를 낸 화학 사고이다. 우선 이 공장은 소방당국의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대형사고를 몰고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는 지난 4월만 해도 자체 소방시설 점검 뒤 “양호하다”고 당국에 통보했다. 화재 예방법상 공장의 경우 연 면적 3만㎡ 이상이어야 중점관리 대상이 되지만 이 공장은 연 면적 5530㎡다. 중점관리 대상일 경우 소방 특별조사나 점검을 받지만. 이 공장은 1년에 1차례 이상 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 피난 유도 등의 이상 여부를 자체 점검 결과만 보고하면 된다.   참사 이틀 전에도 리튬전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신고조차 외면해 대형참사를 몰고온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2동 1층에서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던 중 온도가 급상승하며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A씨 (36)씨의 남편 박모 (36)씨는 부인과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며 “당시 공장에 연기가 나서 경고음이 두 번쯤 울려 직원들이 당황했다고 전했다”며 “그때 조처를 했다면…”이라고 탄식했다. 박중언 공장 본부장은 사과 기자회견에서 “22일에도 화재가 난 걸 인정한다”며 “다만 작업자가 불량품을 발견해 조치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고 제때 진압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배터리 강국에 후진국형 참사는 국제 망신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리튬 전지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과 함께 사고 발생 시 물로 진화가 힘든 특성을 고려한 화재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튬 전지는 화재 진압이 어려운 만큼 배터리를 소분해 보관하고 주기적인 작업자 교육 등 예방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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