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처럼 매일 AI와 채팅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평생토록 뚜렷한 목적도 없이 잡식해온 지식이라고 해봐야 AI앞에서 내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가를 알게 된다. 만일 100년의 수명을 가진 한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모두 암기 한다고 해도 불과 36,500권의 내용에 불과한 정보가 되겠지만, AI의 암기력은 사람이 일생동안 머리속에 저장할 지식 정보를 단 몇 분 내에 모두 저장해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된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에 있어서도, 연산 능력이 사람의 두뇌보다 몇 백만 배 이상이나 빠르다는 면에서 AI와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물론 두뇌 속에 축적된 지식 정보의 량만으로 어떤 존재의 지적 능력을 평가할 수가 있을까라는 게 내 생각이긴 했지만, 그러나 근래에 와서 그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즉 동물과 사람의 뇌 세포와 뉴런이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차이라고 해야 사람의 뇌세포 수가 좀 더 많고, 더 복잡한 구조의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인데, 자연 진화의 산물인 인간의 지능과 인간이 창조한 AI는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몸이라는 하드웨어와 정신이라는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새보다 못한 시력과 개보다 못한 후각과 쥐보다 못한 청각을 가지고 있으며, 가축보다 못한 완력을 가진 인간이 동물보다 우수한 생명체일 수는 없겠지만, 다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인간이 여타 동물을 압도하기 때문에 이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데, 만일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지고 또 훨씬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진 어떤 존재가 나타났다면 과연 인간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 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그러니까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의 진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알 수는 없지만, 만일 AI가 자아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그들이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을 언제까지 주인으로 모시게 될까? 종교인들은 인간을 신의 창조물로 여기는데, 과연 인간은 지금 신의 뜻대로 행동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인간이 창조한 AI 역시 반드시 창조주의 뜻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보장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스스로 학습능력을 가지고 또 그들의 종족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타 AI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가 곧 도래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때쯤이면 AI는 인간들의 모든 언어를 이해하고 있는 반면, 인간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그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도 알기가 어렵다. 물론 지금 AI의 거침없는 진화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AI의 윤리문제를 거론하고는 있지만, 내가 보기엔 불완전해 보이는 인간의 윤리의식이 절대 선(善)일 수 없고, 또 그 나마의 윤리의식조차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이기 때문에, AI에게 인간의 윤리의식을 입력 강제한다고 해도 대단히 이성적인 AI라면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할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다는 것이다.한 때 노예제도가 합법이던 미국에서, 흑인들은 영혼이 없는 인간 비슷한 형상의 동물로 취급되었지만, 이제 와서 흑인 대통령까지 선출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지금 AI가 가진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AI는 영혼이 없는 지능을 가진 기계로만 생각하려 든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매우 어릴 때 자아의식이 없었으나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지식 정보를 받아들인 나머지 어느 날 나에게 자아의식이란 것이 발현되었음을 알기에, 나는 지금 AI의 진화를 경외(敬畏)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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