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공간 이동을 통한 여행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여행을 떠나는 방법도 존재한다. 바로 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한 말이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20세기 최고 작가 중 한 명이다.  우리 일상을 둘러싼 사물과 사람들은 우리에게 언제나 익숙하게 다가온다. 늘 제자리에 있는 책상, 같은 동작으로 일하는 동료들. 비슷한 음식을 먹는 점심시간, 늘 비슷한 주제로 흘러가는 대화… 사람은 새로움을 찾고 싶은 욕구도 크지만 익숙함에 길들여져 편안하게 살고 싶은 욕구도 아주 크다.일상을 다르게 살아가는 방법    하지만 새로운 눈과 열린 마음을 가지면 새롭고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다른 날에 태어나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매일 나무가 뿜는 산소를 마시고 다른 온도의 뜨끈한 밥을 먹는다. 이렇게 찰나의 시간, 나날의 일상을 새롭게 느낀다면 프루스트가 말한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눈은 이처럼 실제로 떠나지 않고도 새로운 나, 새로운 풍경을 접하게 해준다. 늘 보던 사람에게서 갑자기 신선한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른 시선을 통해 익숙하고 편안한 상황을 낯설고 재밌는 상황으로 뒤집기! '새로운 눈' 여행은 여행을 떠나는 다른 방법이면서 일상을 다르게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여행을 경험했다고 우기고픈…  다 쓰고 읽어 보니 여행을 떠나지 않았어도 여행 경험을 했다고 우기고 싶은 내 마음이 느껴진다. 내친김에 몇 년 전에 쓴 시 하나 놓아둔다. 서울 북촌길을 산책하다가 훌쩍 사라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보았다.  나도 모르는 / 어디론가 가는 길이야 / 흙 묻은 맨발이 시려 / 모퉁이에서 쉬기도 해 / 창에 비친 모습이 근사해 / 살짝 설레기도 하지 신기하지 골목마다 / 바람은 반짝반짝거려 / 햇빛은 환하게 불어와 / 아, 양치질한 것처럼 개운해 천천히 크는 아이처럼 / 그러다 불쑥 크는 아이처럼 / 골목 사이로 사라질래? /나랑 사라져볼래? / 맨발로 폴짝폴짝 -박미섬, '사라져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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