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라 김양아, 울 아부지 오시거들랑 씨븐 커피 말고 비싼걸로다 팍팍 내드려라 영감쟁이가 요새 통 잡수질 않는다뱃일도 접었지럴, 몸띠도 시원찮치럴, 할마시까지 갖다 묻고 적막강산 같은 집구석에 죙일 들앉아 있으믄 부애밖에 더 나겠나 그래도 김양 니가 아부지요, 아부지요 하이 여라도 가끔 들락거리는 기제돈이 없구나 싶으면 니가 한턱 쏜다 카고 두잔 내와가 같이 마시라 손도 쪼매 잡혀주고, 궁디도 슬쩍 들이대고, 한번씩 오빠야, 라고도 불러주그라 복 짓는 맘으로다가 모시믄 그 복 다 니한테 갈 끼다 돈은 을매가 되든 내 앞으로 달아 놓고 -권선희, '죽변 효자' 구룡포의 시인 권선희, 그가 최근에 구룡포 연작 시집,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시집을 냈다.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시집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포항 영일만 구룡포의 말, 바다가 하는 검은 파도의 말, 가난한 사람들의 굴곡 많은 바닷가 인생 이야기가 펄펄 살아서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시인은 구룡포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살아있는 모든 사물들의 말을 받아 적었다고 한다. 시를 쓰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목숨이 지닌 저마다의 기막힌 사연들이 파도소리처럼 뒤섞여 가슴 깊게 공명을 불러 일으킨다. '죽변효자' 시는 유머러스한 효자 아들 이야기다. 경상도 사투리가 재밌는 시지만 바탕에는 삶의 비애감이 묻어있는 내면 풍경이 섬세한 시다. "봐라 김양아 울 아부지 오시거들랑 씨븐 커피 말고 비싼걸로다 팍팍 내드려라" "영감쟁이가 요새 몸띠도 시원찮지럴, 할마시까지 갖다 묻고…""그래도 김양 니가 아부지요 아부지요 하이 여라도 가끔 들락거리는 기제""돈이 없구나 싶으면 손도 쪼매 잡혀주고, 궁디도 슬쩍 들이대고,… 그 복 다 니한테 갈끼다 돈은 을매가 되든 내 앞으로 달아놓고" '죽변 효자'라고 제목은 달았지만 '구룡포'의 효자 아들 얘기다. 이 땅, 어느 효자 아들 얘기다. 시는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시가 너무 엄숙하고 무거워도 문제다
일찍이 시인 목월은 맛깔스런 경상도 사투리 시로 주옥같은 명시들을 남겼다.
  시인은 사물들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시인의 온 몸이 귀다.
권 시인은 말한다 "시를 쓰는 일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말을 듣고,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거나, 말해진 적이 없는 말들을. 시인이여, 절망한 자들의 이야기를 샤먼처럼 노래하는 시인이여! 폭염 속, 구룡포의 여름 속에서 부디 건강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