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아는 말의 인용으로 이 글 서두를 장식할까한다. "인생은 연극이요. 인간은 그 무대 위의 배우"라는 세익스피어의 말이 그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늘 올라와 있다. 그 무대 위에 오르면 누구이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순간 상실한다.    이는 '타인의 시선'에 의존한 가면으로 위장하여 정작 본래의 모습을 꽁꽁 숨기며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각종 미디어와 SNS를 꼽을 수 있다.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그리고 인스타그램 등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이곳을 통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또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타인에게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는 일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실상처럼 그들은 과연 삶이 풍족하여 행복한가.    어느 지인은 고급 음식점에서 값비싼 음식을 앞에 놓고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또 있다. 백화점에서 쇼핑했다며 비싼 브랜드의 명품 가방, 장신구, 옷들을 SNS에서 자랑하기 바쁘다.    이런 사진들을 대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심리가 위축되곤 한다.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앞서서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질투심도 유발되는 게 사실이다. 내가 갖지 못했거나, 이루지 못한 것을 타인이 소유하고 성취해서인가. 한편으론 이들의 타인에게 보여주는 게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유추를 해본다. '어쩌면 자신의 결핍을 이런 방편으로나마 메우려는 보상심리에 의한 행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은 누구나 가급적이면 자신의 힘든 상황, 그리고 어려운 형편 등을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는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 가고 경제가 어려워져서인가 보다.    물질적인 궁핍과 심적인 공허로 인해 때론 공황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이때 티비 프로그램의 경우 연기에 지나지 않는 모습들에서 위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고 웃을 수 있게 연출하며 때론 감동의 눈물도 흘릴 수 있게 연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실은 인간사의 축소판이기도 한데 말이다.    눈을 돌려보면 자신의 권력과 부를 갖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위정자들의 모습이 그렇잖은가.    인간사 일부가 다 이런 연극과 극본으로 짜여진 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학창 시절부터 지녔던 마음이다.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마음에서가 아니라 당시엔 순수의 눈을 지닌 탓이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가령 예를 들자면 이렇다. 물건을 흥정할 경우 마음에 들어서 집어 들면 상인 말이 이내 바뀌어 가격을 높인다.  초등학교 시절엔 서민 아파트에 살았었다. 이때 부자 동네에 사는 아이들과 빈민촌의 아이들을 대하는 담임 선생님 태도가 어린 마음에도 확연히 달라보였다.    차별과 비교는 그 원류가 물질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그 당시 어린 맘에도 뼈저리게 느꼈었다. 아무리 물질 숭배 주의가 만연 하지만 정의마저 돈으로 살 순 없잖은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의와 협잡하고 정도를 외면하는 사회는 결코 밝은 사회 구현을 이룰 수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진실이라는 것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어떤 정서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지, 어느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는지 말이다.    인생 무대에서 보여지는 쇼는 늘 화려하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참된 내면을 버리고 애써 포장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이제는 그 힘든 무대에서 벗어나고 싶다. 타인을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한 무대에서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련다.    평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즐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삶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에 더 집중하고 충실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게 독서다. 책은 그동안 인생 무대 위에서 한껏 지친 나에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손길로 작용한다. 그래 오늘도 어김없이 책꽂이에서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꺼내 들었다. 그 시집을 읽으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신다.    그리고 항상 맞이하는 이 수순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음악이다. 독서를 통하여 내면의 소리를 듣고 참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삶의 본질로 생각하는 시간이다. 대학에서 전공한 클래식 음악도 좋아하지만 뉴에이지 음악도 그에 못지않게 좋아한다. 류이치사카모토. 내가 일본 뉴에이지 뮤지션 중에서 TOP 3 안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뉴에이지는 종교와 관련이 깊다. 뉴에이지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유일신'에 대해 부정하고 개인의 영적 각성을 추구하는 '반기독교'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이러한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인지 뉴에이지는 명상적인 색채를 많이 지녔다. 그래서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 류이치사카모토 의 'Lack of Love'가 공기와 함께 소용돌이친다. 슬프고 어두운 멜로디이지만 그 내면은 침착하고 차분한 느낌이 어우러져 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의 무대에서 잠시 이탈한 느낌이다. 그리곤 오늘도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며 관객석에 앉아 그 장면을 차갑게 외면한 채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누구인가? 한참 자신을 깊이 응시해보는 뜻깊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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