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장소로 결정되자 경주시와 경상북도는 회의 개최 준비로 분주해졌다.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대비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정상회의장 겸 만찬 장소와 관련하여 얘기를 하고자 한다.   2005년 부산 APEC 때는 정상회의가 이틀에 걸쳐 두 차례 열렸다. 한 차례는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되었고 또 한 차례는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있었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는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신축한 것인데 수행원의 대기장소였던 공간은 정상회의 개최 후 ‘APEC 기념관’으로 꾸몄다. 정상회의장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누리마루는 부산 시민과 관광객에게 각광받는 명소가 되었다.   2025년 경주 APEC 때도 정상회의가 두 차례 개최될 것이다. 경주도 부산처럼 한 차례는 기존 회의장을 이용하고 나머지 한 차례는 한국 산야의 아름다움과 한국문화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곳에 신축한 건물에서 개최되길 희망한다. 정상회의 개최 장소를 새로 마련하겠다는 의지와 결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이어 재원 마련 대책 및 건립 장소 물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필자는 신축을 전제로 하고 건립 장소를 생각해 보았다.   경주시장이 지난 7월 말 포항 MBC의 ‘시사 날’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APEC 정상회의 만찬장과 관련하여 언급한 바가 있다. 7월 14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와 함께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미 대사가 APEC 정상회의 만찬장과 문화공연장으로 박물관 경내의 신라역사관 남쪽에 재현되어 있는 다보탑·석가탑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전면 유리로 된 한옥 건물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 아이디어에 공감한 시장은 경주 APEC은 ‘문화 APEC’으로 다른 개최지와 차별성을 두겠다는 의향도 표명했다. 필자도 그 얘기를 들으면서 박물관 경내에 APEC 정상회의장 겸 만찬장이 마련되면 정상들과 세계인에게 한국 문화의 정수와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장 겸 만찬장이 다보탑·석가탑 남쪽에 신축된 것을 상상해 본다. 신축 건물 안에서 북쪽 편으로는 두 탑과 전통·현대 양식이 조화된 신라역사관 건물이 조망되고 동쪽으로는 웅장한 고선사지 3층 석탑, 아름다운 석등, 전통 지붕선이 살아있는 신라미술관의 한옥 지붕이 바라보인다. 남쪽으로는 멀리 남산 자락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박물관 내의 연못인 ‘고청지’와 울타리 밖의 월정교·남천이 조망되고 ‘인용사터’가 있는 서쪽 넓은 벌판이 정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방으로 이만한 경관을 갖춘 곳을 찾기 어렵다. 이런 회의장 겸 만찬장은 21개국 정상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물론 박물관 경내에 신축하는 문제는 박물관 측과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신축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려면, 행사 후 회의장 겸 만찬장을 원형 보존하고 APEC 기념관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마련되는 건물과 기존 건물과의 부조화를 걱정할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 안뜰에 건립된 유리 금속 피라미드 건물이 전통 왕궁 건물인 루브르 박물관 전시관과 잘 조화되듯이 국립경주박물관에 신축되는 전통 양식이 가미된 전면 유리로 된 현대식 건축물도 마찬가지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APEC 정상회의 만찬장 겸 회의장을 짓기에 시간도 부족하고 여력도 없다는 것에 일면 공감한다. 그러나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이러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남기는 것이 회의 준비 과정에서 도로 포장을 하고 가로등을 교체하는 이상으로 시민의 만족도와 긍지를 높일 것이다. 시민들 가운데는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경주시에 무엇이 남게 되고 어떤 면이 도움 되느냐고 궁금해 한다. 경제적 파급효과의 극대화 뿐 아니라 부산 누리마루와 같은 기념비적인 상징물 등이 남았음을 보여줘야 한다. APEC 개최에 필요하다고 중앙정부나 도에 예산을 많이 신청하면 APEC의 성공적인 개최에 꼭 필요한 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것이다. APEC을 이용하여 경주 현안을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APEC 성공 개최에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한 것이 결과적으로 경주발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APEC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국위가 선양되고 경주 발전이 크게 앞당겨지려면 ‘APEC 준비지원단’의 역할과 비전이 중요하다. 또한 경주 시민은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마음 자세를, 경주시는 그런 시민의 지혜를 모으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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