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택시기사 완전월급제 확대 시행 유예안을 의결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연 이후 여야 합의로 쟁점 민생 법안이 상임위에서 처리된 것은 처음이다. 신물 나는 쳇바퀴 정쟁을 일삼던 여야가 모처럼 의회 정치의 본령을 회복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여야 대표회담을 목전에 두고 협치의 물꼬를 튼 셈이어서 회담 전체의 분위기와 성과 도출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지금 우리 의회 정치는 민생법안 합의 처리가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장이 난 상태다. 22대 국회가 '협치 국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실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민생을 내팽개친 국회를 향한 민심의 분노가 폭발 수준에 이르자 급기야 이를 의식한 여야가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견이 적은 민생법안부터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여야가 그 첫걸음으로 서민 주거안정 지원책인 전세사기 특별법부터 처리한 것은 작지만 의미있는 출발이다. 이제 여야는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을 '일하는 국회'를 정착시키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회담 준비과정에서부터 그간의 대결적 태도를 버리고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여야의 수장이 대좌해 담판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같은 세제 개편안을, 민주당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앞세우며 회담 의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채상병 특검법과 같은 뇌관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도 부정할 수 없는 제1의 화두는 민생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화려한 성과를 내는 것보다 협치의 틀을 살려 나갈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서로 한발씩 양보하고 타협·절충하는 정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지지층만 의식해 서로 할 말만 하고 돌아서는 보여주기식 반짝 이벤트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여야 모두 모처럼 돌아온 '정치의 시간'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