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 규모가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천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역대 최저치였던 올해 지출증가율 2.8%보다는 다소 높지만 당초 중기재정운용계획 상 예정됐던 4.2%보다 낮은 고강도 긴축재정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4.3%)에도 크게 못 미친다. 나랏빚이 1천100조원을 돌파한 데다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수가 줄어 총지출을 늘릴 수 없다면 씀씀이를 구조조정을 하는 게 불가피하다. 내년 예산안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는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24조원이다. 지난해(24조원)와 올해(23조원)에 이어 3년 연속으로 20조원대의 마른 수건 쥐어짜기가 이뤄지는 셈이다. 정부가 재정 여건에 따라 예산을 임의로 쓰는 재량지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복지예산 등 의무지출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동결이다. 이렇게 절약한 예산은 '꼭 써야 하는' 약자 복지와 경제활력 확산 분야에 중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은 불가피하지만 자칫 지나친 허리띠 졸라매기가 경기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내수 부진 속에서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정부 재정이 제 역할을 못해 오히려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수기반 확충에 대한 고민 없이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실적 호조로 내년에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4.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잇단 감세 조치로 세입 증가율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해마다 20조원씩 급증하는 의무지출 예산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다음 달 초 국회에 내년 예산안이 넘어가는 대로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세수가 구멍 나고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허투루 새는 지출이 없도록 예산의 집행효율을 높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