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에서 24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 회동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90분에 걸친 회동에서 시급히 다뤄야 하거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이 전혀 논의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단독 만남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의정갈등을 비롯한 각종 난제가 산적한 엄중한 시기에 회합한 당정 지도부가 사실상 밥만 먹은 '빈손 회동'에 그친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실망스럽다.사실 회동 결과는 예고된 바나 다름없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만찬 전부터 양측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 터였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단독 만남을 '공개 요청'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사실상 '공개 거절'하는 듯한 모습부터 생경했다. 여당 지도부가 민심을 전하고 건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경청하고 당부하는 통상적 당정 지도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회동이 끝난 뒤에는 '친윤'·'친한'계가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며 화합이 아니라 오히려 불화와 긴장만 키워놓은 모양새가 됐다. 이번 회동을 여권이 새롭게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어야 했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다시 놓치고 말았다. 의정 갈등의 해법을 찾고자 내놓은 여야의정 협의체는 제안한 지 보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출범 여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이고,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내수 부진에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서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한다면 국정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여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서로의 협조 없이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순망치한의 관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서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는 게 옳다. 한 대표는 만찬 뒤 대통령 고위 참모에게 "윤 대통령과 정책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독대를 재요청했다고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허심탄회하게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진짜 소통'의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연합